국제 질서는 공식 의제보다 그림자에 드리운 존재에 의해 흔들리곤 한다.
2025년 나토 정상회의는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 순간이었다.
🌍 '정상'이라는 이름의 무대, '비정상'적인 관심의 중심
올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는 유럽의 한 수도에서 열렸다. 북미와 유럽을 아우르는 32개국의 정상이 집결했고,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인도-태평양 안보 협력 확대 등의 굵직한 의제를 주목했다.
그러나 회의의 본질적인 의제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것은 공식 명단에 없는 단 한 사람, 도널드 J. 트럼프였다.
🤔 그가 왜 중요한가?
트럼프는 현재 미국 대통령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차기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합주 일부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는 유력한 대선 후보다. 즉, 이 사람은 내년 이맘때쯤 다시 미국의 최고 권력자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인물이다.
문제는 그의 외교정책 철학이 나토와는 철저히 불협화음을 낸다는 점이다.
💣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내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전통적인 동맹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특히 나토에 대해서는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부담을 문제 삼으며, 회원국이 국방비 2% 이상을 지출하지 않으면 미국의 보호를 보장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미국이 나토를 탈퇴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입장은 유럽 각국에 심각한 외교적 공황 상태를 유발했다. 특히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공격적인 태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라는 핵심 보호막이 빠져나간다면 유럽은 사실상 무장 해제된 상태로 국제 무대에 던져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 정상회의의 풍경: 어색한 웃음, 조심스러운 말들
정상회의 첫날, 주요 회담장에서의 분위기는 겉보기에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언론의 관찰은 달랐다. 로비, 만찬, 휴식 시간 등 비공식 자리에서 지도자들의 대화는 트럼프 이야기로 가득 찼다.
한 유럽 외교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었을 때를 가정하고 말합니다. 정식 회담보다 훨씬 진지하게요.”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의 외교관들은 트럼프 측 인사들과 비공식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심지어 어떤 정상은 “트럼프의 외교 고문과 사적인 저녁 식사를 예약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 나토, ‘미국 없는 미래’ 가능할까?
나토는 사실상 미국을 중심축으로 설계된 군사 동맹이다. 미국의 군사력, 정보력, 경제력이 빠진다면 형식은 남아도 실질적 영향력은 붕괴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회의에서는 “만약 미국이 나토에서 후퇴한다면 유럽은 자체 방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도 공공연히 오갔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유럽형 공동방위체계 구성을 추진해 왔지만, 미국 없는 나토의 현실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게다가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세력은 미국이 동맹에서 한 발 물러서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의 부상은 민주주의 동맹 전체에 대한 시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외교는 예측의 게임이다
현재 트럼프는 공직에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언행은 이미 국제 외교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라는 중대한 자리에서조차, 공식 안건보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더 높은 상황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외교란 항상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비하는 행위”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현실로 고려되어야 하며, 국제사회는 그에 대한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 맺으며: 그림자 외교의 시대
올해 나토 정상회의는 공식적으로는 단결과 연대를 외쳤지만, 실질적으로는 한 사람의 그림자 아래 놓인 불안과 긴장의 무대였다.
도널드 트럼프. 그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가장 큰 존재였다.
그리고 이 한 가지 사실은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우리가 얼마나 한 인물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그 누구보다 강렬하게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