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에서 보내는 고요하고 정갈한 하루
규슈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후쿠오카, 유후인, 벳푸처럼 유명한 도시들부터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특별한 곳을 찾고 싶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일본의 정취가 살아 있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나가사키현 시마바라(島原)**다.
🌿 시마바라는 어떤 도시일까?
시마바라는 규슈 동쪽 해안,
아리아케해를 따라 자리잡은 조용한 항구 도시다.
나가사키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고,
현지인의 삶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도시의 별명, **"물의 도시"**라는 말이었다.
도시 전체가 지하수에 둘러싸여 있어,
길가 샘물과 수로, 연못이
풍부하고
그 물 위로는 물고기와 거북이가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한마디로,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시마바라로 가는 방법
나는
구마모토에서 페리를 타고 시마바라로 이동했다.
구마모토항에서 배를 타면 약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배 위에서 멀리 보이는
운젠다케 산과
맑은 아리아케해의 풍경이 인상 깊다.
페리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건, 공기가 다르다는 것.
맑고 선선한 바람, 잔잔한 바닷소리, 그리고 아주 느긋한 리듬.
🏯 시마바라성 – 도시의 상징
시마바라 여행의 첫 시작은 당연히
시마바라성이다.
이 성은 에도 시대 초기에 축조되었고,
그 당시
기독교 박해와 시마바라의 난
등 일본 역사 속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현재의 시마바라성은 복원된 형태지만,
건물 내부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독교 유물, 사무라이 갑옷, 시마바라 반란 당시의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성 꼭대기 전망대에서는 시마바라 시가지와 아리아케해, 멀리 구마모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마을과 푸른 바다, 잔잔한 하늘이 한 프레임 안에 담겨 있었다.
💦 시메이소 – 물 위의 정원
성에서 도보로 10분쯤 이동하면 도착하는 곳이 바로 **시메이소(四明荘)**라는
전통가옥이다.
겉보기엔 단순한 옛날 민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맑디맑은 샘물 연못.
수면은 마치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연못 속에는 물고기와 수초가 그대로 보인다.
조용한 전통가옥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만든다.
앉아서 물소리를 듣고만 있어도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깐이지만 정말 좋은 명상 시간이 되었다.
🐟 샘물 요리, 전통 타이야끼도 맛보다
시마바라는 물이 좋기로 유명한 만큼,
먹거리도 풍성하고
깔끔하다.
특히 샘물을 이용해 만든
두부 요리,
타이야끼(붕어빵),
그리고 신선한 **해산물 요리(가리비, 생선회)**가 유명하다.
길을 걷다 발견한 작은 찻집에서는,
녹차와 수제 단팥 타이야끼를
함께 내어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는데, 샘물로 반죽을 했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그 맛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 사무라이 거리와 샘물 수로 산책
시마바라에는 **사무라이 부케야시키(무가저택 거리)**도 보존되어 있다.
이 거리 양옆에는 작은 샘물 수로가 흐르는데,
물고기들이 길가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마치
시간이 멈춘 마을을 산책하는
느낌.
특별한 입장료나 복잡한 코스 없이,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일본 옛 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 인생샷 명소도 가득
시마바라는 작지만 포토스팟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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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바라성의 백색 천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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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이소의 투명한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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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 속 물고기들과 나무다리가 어우러진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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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의 타이야끼 가게와 전통 상점가
딱히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풍경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그런 공간이다.
📌 여행 팁 정리
항목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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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일정 | 반나절~1일 코스 |
이동 수단 | 구마모토 페리(30분), 나가사키 시내에서 기차 |
적합한 여행자 | 조용한 힐링, 사진 여행, 역사·전통 탐방 선호하는 분 |
계절 추천 | 봄~초여름 or 가을 (날씨 좋고 물 풍부한 시기) |
준비물 | 걷기 좋은 신발, 카메라, 작은 보온병(전통 찻집에서 텀블러도 환영해요) |
💬 마무리하며
시마바라는 그렇게 크고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오래 남는 여행지였다.
맑은 물이 흐르고, 조용한 거리에 새소리만 들리는 이 도시에서
나는 진짜 여유가 뭔지를 다시 느꼈다.
규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하루쯤 시마바라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분명히 당신의 여행에서도 가장 특별한 하루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