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분 단위로 일정을 맞추고, 도심의 소음 속에 익숙해진 일상.
그런 나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준 곳이 있다.
야쿠시마(屋久島) — 규슈
최남단 해상, 수천 년 전부터 그대로였던 숲.
비가 매일 내리는 섬, 수천 년 된 나무가 살아 숨 쉬는 숲,
그리고 인간이 아닌
자연이 주인인 공간.
야쿠시마에서 나는 시간을 잊었고,
숲과 비, 이끼와 안개의 언어로 대화했다.
📍 야쿠시마란?
-
일본 가고시마현 소속의 섬
-
규슈 남쪽, 오스미 반도 해상에 위치
-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 산림지대
-
199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
연간 강수일 약 300일, ‘비의 섬’이라 불림
이곳은 **‘숲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다.
1년 내내 비가 내리며, 그 물은 곧 안개가 되고, 안개는 다시 나무를 키운다.
그림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연이
여기에 있다.
🧭 이동 방법 & 접근성
✈️ 항공
가장 빠른 방법은
가고시마 공항 → 야쿠시마 공항
직항 (약 35분)
하루 2~4편 정도 운행. 소형 비행기로 섬 풍경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다.
🚢 페리
-
고속선 Toppi: 가고시마 → 미야노우라항 (2시간 30분)
-
일반 페리: 시간은 더 걸리지만 저렴한 선택지
✔ 팁: 하이킹 장비가 많거나
짐이 무거울 경우 페리가 편리
✔ 팁: 태풍 시즌(7~9월)은 결항
가능성 주의
🛌 숙소 선택 가이드
야쿠시마는
호텔보다는 자연친화적 게스트하우스, 민박, 캠프장이 주류이다.
숙소는 보통 항구(미야노우라/안보) 또는 하이킹 중심지 주변에 모여 있음.
-
🌱 친환경 숙소도 다수 운영 (에코 인증 획득)
-
🍳 식사 제공 여부 확인 필수 (식당이 적음)
-
🌌 밤하늘 감상 가능 – 은하수와 삼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압도적
🌲 주요 하이킹 코스 소개
1️⃣ 죠몬스기 트레킹 (縄文杉トレッキング) – 야쿠시마의 심장
-
⏱ 소요시간: 약 10시간 (왕복 22km)
-
🌳 목적지: 죠몬스기 (약 수령 2,000~7,200년 추정)
-
🔥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여정
-
🏞 경로: 아라카와 입구 → 트롤리길 → 다이오스기 → 죠몬스기
그 어떤 사진도 이 나무의 존재감을 담을 수 없다.
비가 내리고, 숨이 가쁘고, 발은 젖었지만,
그 앞에 서는 순간 모든 피로는 사라졌다.
2️⃣ 시라타니 운스이쿄 (白谷雲水峡) – 원령공주의 숲
-
⏱ 소요시간: 3~5시간 (난이도 중)
-
🍃 특징: 이끼 숲, 신령스러운 분위기, 다채로운 지형
-
📷 사진 명소: 태고의 숲 전망대, 이끼 계단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원령공주’의 배경으로 삼은
곳.
비 오는 날, 이끼가 반짝이고 안개가 피어오르면
마치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 현실이 된다.
3️⃣ 야쿠스기 랜드 (屋久杉ランド) – 누구나 걷는 원시림
-
⏱ 소요시간: 30분 ~ 2시간
-
🧒 초보자, 아이 동반 가족에게 이상적
-
🔎 나무마다 설명판 / 데크 설치 완비
고령자, 트레킹이 처음인 사람, 짧은 일정을 가진 여행자에게 딱 맞는 코스.
하지만 짧다고 얕보지 마라.
삼나무는 가까이서 볼수록 더 강렬하다.
🍱 야쿠시마의 식탁 – 지역 먹거리
-
날치 튀김 (토비우오 가라아게): 바삭하고 고소한 간식
-
야쿠시마 해산물 덮밥: 신선도 탑급
-
고구마 소주: 야쿠시마산 고구마로 만든 부드러운 향
-
삼나무잎차: 깊고 은은한 향의 힐링 음료
✔ 팁: 대부분 숙소에서 저녁 포함 식사 제공. 외식 가능 식당은 지역마다 제한적
📸 감성 여행자를 위한 순간들
-
이끼 낀 바위 위에 핀 이름 모를 꽃
-
안개 낀 숲길, 침묵 속 나 혼자 걷는 느낌
-
죠몬스기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은 찰나
-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나무의 실루엣
-
트레킹 후 흘린 땀 위로 스며드는 빗물
☔ 여행 팁 총정리
-
✅ 우비/방수자켓/방수팩 필수
-
✅ 등산화 + 여벌 양말 챙기기
-
✅ 헤드랜턴, 간단한 간식, 생수 준비
-
✅ 현금 지참 – 신용카드 불가 상점 많음
-
✅ 스마트폰 지도보다는 종이 지도 (산속은 GPS 약함)
🌿 마무리하며 – 야쿠시마는 ‘자연 그 자체’
야쿠시마를 떠나는 날,
나는 처음으로 자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내가 아니라 나무들이 중심이고,
나는 그저 그 옆을 스쳐 지나가는 존재임을 느낀 섬.
이곳은
여행지라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체였다.
7,000년을 산 나무 앞에서 나는 작아졌고, 동시에 위로받았다.
야쿠시마는 시간이 다르다. 자연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곳.
만약 당신이 바쁜 도시에서 벗어나 ‘진짜 자연’을 만나고 싶다면,
야쿠시마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 숲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을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