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노마치 온천’이라는 마을
에히메현 남서부의 세이요시(西予市),
그중에서도 깊은 골짜기와 낮은 구릉이 맞닿은 곳에 자리한 작은 온천 마을이
있어요.
이름은 유노마치(湯之町), 글자
그대로 '온천의 마을'입니다.
도고온천처럼 이름값은 없지만,
그렇기에 더 조용하고, 더 일본답고, 더 오래된 것이 잘 보존되어 있어요.
거리를 걷는 순간부터 **"시간이 멈춘 마을"**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죠.
도시의 온천이 ‘하루 여행’을 위한 곳이라면,
유노마치는 ‘조용히 살아보는’ 곳이었어요.
🚉 마쓰야마에서의 이동 – 두 시간의 느린 진입
JR 마쓰야마역에서 도산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열차.
좌석은 넉넉했고, 창문은 커다랬고, 속도는 느렸어요.
열차는 탁 트인 바다 풍경과 울창한 삼림을 교차하며 달렸고,
중간중간 조그마한 간이역에서 혼자 내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부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더 가벼워지고,
기차 창문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는 점점 깊어졌습니다.
유노마치 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반쯤은 여행이 아니라
휴식의 감정으로 내려앉은
상태였어요.
🏘️ 첫 풍경 – 조용함에도 층이 있다
유노마치에 도착한 첫 인상은 ‘너무 조용하다’였어요.
그런데 그 조용함엔 층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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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는 노송나무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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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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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찻집의 문 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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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온천 앞, 목욕 바구니를 든 할머니들의 낮은 대화
아무것도 없는 듯해도, 이 마을은 조용한 소리들로 꽉 차 있었어요.
그게 너무나 따뜻하고 정감 있었습니다.
♨️ 온천의 온기 – 진짜 물의 감촉
유노마치에는 2~3곳의
공중 온천탕이 있어요.
료칸에서 운영하는 사적 탕도 있지만, 저는 일부러 마을 공중탕을 찾았어요.
탕 안은 크지 않았어요.
어르신 두세 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각자의 속도로 몸을 담그고 있었죠.
욕탕물은 유황향 없이 맑고 부드러웠고,
피부에 감기는 느낌이 정말 ‘살에 닿는 안개’처럼 은은했어요.
무릎까지 천천히 담그고,
등을 붙이고,
눈을 감고,
말없이 앉아 있으니…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저 물과 내가 함께 ‘존재’하는 순간이었어요.
🍵 온천 후, 마을을 걷는 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걷는 온천 마을.
조용한 이 길에서는 ‘산책’이라는 말보다 **‘천천히 흐르기’**라는 말이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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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피어오르는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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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없는 찻집 앞에 놓인 작은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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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을 쌓아둔 온천 여관의 뒷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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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창문 틈 사이로 보이는 다다미방
이 모든 풍경들이 “쉼”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알려주는 듯했어요.
저는 작은 찻집에 들러,
유자차와 단팥과자를 시켜
마루에 앉았어요.
그 차가운 나무 바닥에 앉아 창밖을 보며 마시는 차는,
어쩌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는지도 모르겠어요.
🌌 유노마치의 밤 – 고요 속에 깃드는 온기
밤이 되면 유노마치는 더 조용해져요.
가로등은 노란빛이고, 거리에는 누구도 없고,
달빛 아래에서는
김이 피어오르는 연기마저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어요.
제가 묵은 여관에서는
유자 껍질이 띄워진 탕을
준비해주셨어요.
살짝 달큰한 향과 미지근한 온도가,
하루의 긴장을 완벽하게 풀어주었어요.
밤엔 이불 안에서 책 한 장 넘기기도 아까울 만큼
그 고요함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 여행 정보 요약
항목 |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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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에히메현 세이요시 유노마치 |
교통 | JR 마쓰야마역에서 도산선으로 약 2시간 |
숙박 | 소형 료칸, 민박 (₩5만~10만) |
온천 시설 | 공중탕 2~3곳, 개인료칸탕 |
음식 | 유자요리, 차와 단팥과자, 지역 가정식 |
추천 계절 | 겨울~초봄, 늦가을 (김이 더 아름다움) |
팁 | 수건 필수, 조용한 분위기 존중, 현금 지참 권장 |
🧳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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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여행지보다 조용한 마을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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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따뜻한 여행을 즐기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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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일본 시골 풍경과 전통 온천의 조합을 원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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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바쁜 일상 속 여행자
🌿 마무리하며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틀
유노마치 온천에서 보낸 이틀은
‘특별한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충만함을 가르쳐준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그 마을을 떠올리면,
김이 피어오르던 좁은 골목길과
차를 마시며 마루에 앉아 있던 그 순간이
아주 조용히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내년 겨울쯤, 작은 책 한 권과 함께
다시 그 조용한 온천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