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감성 골목, 지우루 벽화마을 산책기

이번 대만 자이(嘉義) 자유여행에서

저는 유명한 관광지보다 조용하고 정겨운 곳을 찾고 싶었어요.
사람 많고 바쁜 풍경보단,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지우루 벽화마을(舊社彩繪村).
처음엔 단순한 벽화 마을일 거라 생각했는데,
걸음을 옮길수록, 그저 그림이 아닌 마을 전체가 살아 숨 쉬는 예술 공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 지우루 벽화마을은 어디에 있을까?

지우루 벽화마을은 자이현 민슝향(民雄鄉)의 작은 마을, **지우루(舊社)**에 있어요.
‘지우루’란 이름은 말 그대로 오래된 공동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오래된 집들과 정겨운 마당이 남아 있는 시골 마을의 원형 같은 곳이에요.

이 마을은 한때 점점 사람이 줄고, 빈 집도 늘어나며 조용히 잊혀져 가던 중이었어요.
하지만 주민들과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
낡은 골목에 색을 입히고,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죠.
그게 지금의 지우루 벽화마을입니다.

마을 초입부터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여행자를 반겨줘요.
회색 시멘트 담벼락이었던 벽들이
이젠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변신했거든요.

귀엽고 익살스러운 고양이, 강아지, 토끼, 다람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어른인 저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칠판 앞에 교복을 입은 학생 캐릭터,
‘성실’이라는 글자가 적힌 벽,
그리고 손에는 도시락을 든 꼬마 아이.
그림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자전거,
벽을 뚫고 나오는 호랑이,
그리고 마을 아이들의 손글씨로 쓰인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요”라는 말까지.
단순히 시각적인 재미를 넘어서
마음 한켠을 콕 찌르는 메시지들이 많았어요.

마을은 크지 않아서 약 1~1.5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음 먹고 사진을 찍고, 그림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걷다 보면
2시간은 훌쩍 지나 있어요.

골목 곳곳에 번호가 매겨진 안내도도 있어서,
벽화 찾는 재미도 있고 미로 찾듯 골목을 누비는 즐거움도 있어요.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이곳은 걷는 여행이 정답이에요.

지우루 벽화마을은 그 자체가 포토존입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용 감성샷을 남기기에 정말 딱!

마을 끝자락, 아주 작고 소박한 카페 하나가 있었어요.
노란색 나무 간판, 테라스엔 흔들의자 하나.
메뉴는 심플했지만, 직접 내린 대만식 밀크티 한 잔과
사장님이 건네준 고구마칩이 어찌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요.

카페 옆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담벼락 아래 평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셨고,
아이들은 벽화 앞에서 숨바꼭질을 하더라고요.
여기는 여행지라기보단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흐르고 있는 곳,
그 안에 내가 잠시 스며든 느낌이었어요.

벽화마을 앞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작은 공방이 하나 있어요.
거기서 판매하는 건 거창한 기념품이 아니라,
아이들이 그린 그림엽서, 벽화가 인쇄된 마그넷, 손글씨 엽서 같은 것들이에요.

저는 그중에서
“你來過這裡嗎?（너 이곳에 온 적 있니?)”라고 쓰인 손글씨 엽서를 골랐어요.
돌아가서도 지우루에서의 기억을 꺼내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타임캡슐처럼요.

항목	정보
📍 위치	대만 자이현 민슝향 지우루 마을 (嘉義縣民雄鄉舊社村)
🚗 교통	자이역 or 민슝역 하차 후 버스/택시 이용 (약 20~30분 소요)
⏰ 소요 시간	약 1.5~2시간 (산책 + 촬영 + 카페 휴식)
🎒 준비물	편한 신발, 스마트폰/카메라, 삼각대, 모자, 물
💡 팁	오전~오후 3시 방문 추천 / 벽화 훼손 주의 / 마을 주민에게 조용히 인사하면 더 따뜻해져요!

지우루 벽화마을은
그저 사진 찍기 좋은 벽화 스팟이 아닙니다.
이곳은 오래된 마을이 스스로 다시 숨을 쉬게 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여행자가 조심스럽게 들어가 조우하는 따뜻한 시간이에요.

골목마다 손으로 그린 색,
그림마다 담긴 기억과 꿈,
그리고 마을 주민의 웃음과 여유.
그 모든 게 벽화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혹시 자이 여행 중,
한적하게 걷고 싶고 마음이 말랑해지는 순간을 원하신다면
지우루 벽화마을, 꼭 한 번 들러보세요.
당신의 여행 노트에 가장 따뜻한 페이지가 되어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