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포로 로마노: 제국의 심장을 거닐다
로마를 여행하며 콜로세움의 웅장함에 압도되고, 팔라티노 언덕의 신성한 분위기에 취했다면, 이제 로마 문명의 가장 깊은 곳, **포로 로마노(Roman Forum)**로 들어설 차례입니다.
지금은 기둥과 벽의 잔해만 남은 유적지처럼 보이지만, 과거 이곳은 로마 제국의 모든 것이 숨 쉬고 움직이던 생생한 심장이었습니다.
포로 로마노의 돌 하나하나에 담긴 위대한 역사를 탐험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1. 로마 문명의 탄생과 번영을 품은 곳
'포로 로마노'는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으로, 로마 공화정 시대부터 제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법,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늪지대였던 이곳은 서서히 로마 시민들의 중요한 공공장소로 변모했습니다.
유명한 웅변가 키케로가 연설을 했고,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장례식이 치러졌으며, 황제들이 승리를 기념하며 개선 행진을 벌이던 곳입니다.
이곳을 걷다 보면, 2천 년이라는 시간이 수직으로 쌓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화정 시대의 신전 옆에 제국 시대의 바실리카가 들어서고, 그 위로 중세 시대의 건물이 자리 잡는 등, 각 시대의 흔적이 층층이 쌓여 있어 그 자체로 거대한 역사 교과서와 같습니다.
2. 돌 하나에 담긴 이야기: 포로 로마노의 주요 유적들
넓고 복잡한 포로 로마노를 제대로 즐기려면 주요 유적들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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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 개선문 (Arch of Titus): 콜로세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 개선문은 예루살렘 정복을 기념하여 세워졌습니다. 내부에는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의 전리품인 '메노라(촛대)'를 운반하는 부조가 생생하게 새겨져 있어, 당시의 승리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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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 (Arch of Septimius Severus): 포로 로마노의 시작을 알리는 이 거대한 개선문은 파르티아 전쟁에서 승리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섬세한 부조를 통해 당시의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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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길 (Via Sacra): 포로 로마노를 가로지르는 이 길은 로마에서 가장 중요하고 신성한 길로 여겨졌습니다. 승리한 황제와 장군들이 군대를 이끌고 행진했던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로마의 영광을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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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타 신전 (Temple of Vesta)과 베스타 신녀의 집: 고대 로마의 '영원한 불'을 지키던 베스타 신녀들이 살았던 곳입니다. 신전의 원형 기단과 신녀들의 집터에 남아있는 조각상들을 통해 당시 신녀들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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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카이사르 신전 (Temple of Julius Caesar): 로마 시민들이 가장 존경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시신이 화장되었던 바로 그 장소에 세워진 신전입니다. 이곳에서 로마인들이 카이사르를 얼마나 숭배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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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탈의 집 (Casa delle Vestali): 베스탈이 살던 기숙사로 3층 규모의 건물에 50개의 방을 가진다. 중앙 정원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사각형 건물이었다. 여성적인 분위기가 가득하고 아름다운 건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은 중앙 정원과 연못, 그리고 주변의 조각상들만 남아 있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팔라티노 언덕 쪽에서 내려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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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원 (Curia): 원로원은 공화제 시대의 최고 정치기관으로 입법,자문 기관 구실을 담당하고 집정관(행정, 군사를 통솔하는 최고 관직)을 선출하던 곳이었다. 중세시대에 성 아드리안 성당으로 쓰였기에 보존 상태가 포로 로마노 건물들 중 가장 좋다. 지금의 건물은 1930년대에 무솔리니가 복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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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르누스 신전 (Tempio di Saturno): 기원전 5세기에 지어진 농업의 신, 사투르누스를 모시던 신전이다. 현재 8개의 기둥과 지붕 일부만이 남아 있는데, 지붕 위에 쓰여 있는 'SENATUS POPOLUS QUE ROMANUS'라는 라틴어는 '로마의 원로원과 시민들' 즉, 로마 공화정이라는 뜻으로 로마 자체를 의미하며, 단어들의 첫 글자들을 딴 S.P.Q.R은 지금도 로마 시청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이 신전 지하에 엄청난 보물이 보관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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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리 (Rostri): 세베루스의 개선문 정면 왼쪽의 연단. 기원전 44년 시저가 암살되기 직전에 만든 곳으로 키케로, 안토니우스 등이 연설했던 장소이다. 미국 드라마 <Rome>을 봤다면 드라마 속 배우의 손짓과 말투가 금세 연상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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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메르티노 감옥 (Carcere e Mamertino): 고대 정치범 수용소였던 곳으로 성 베드로(산 피에트로)의 성 바오로(산 파울로)가 이곳에 갇혀 있었다. 감옥에 갇혀있던 성 베드로의 얼굴 자국과 그가 마시던 지하 샘이 아직도 존재한다. 성 베드로를 굶겨 죽이려던 로마군은 결국 그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아 처형했고 그의 무덤은 지금 바티칸의 산 피에르트로 대성당 지하에 있다. 로마 시민이었던 성 바오로는 이곳에 갇혀있다가 십자가형 대신 교수형을 받고 지금의 산 파울로 대성당 자리에 매장되었다.
포로 로마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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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Largo della Salara Vecchia, 5/6, 00186 Roma RM, 이탈리아 (주요 입구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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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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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매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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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계절에 따라 다르며, 보통 오후 4시 30분~7시 15분. 입장 마감은 폐장 1시간 전입니다. (자세한 시간은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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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일: 1월 1일,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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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포로 로마노는 콜로세움 및 팔라티노 언덕과 통합권으로 판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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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통합권: 18유로 (온라인 예매 시 수수료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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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혜택: 만 18세 미만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며, 만 18~25세 EU 국적자는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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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현장 대기 줄이 매우 길 수 있으므로, 온라인 사전 예매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여행 후기 (Trip Review)
포로 로마노는 처음에는 그저 돌무더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잠시 멈춰 서서 설명을 읽고 상상력을 더하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이 됩니다.
저는 **성스러운 길(Via Sacra)**을 따라 걸으며 2,000년 전의 로마 시민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특히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시신이 화장되었던 신전 터에 서 있을 때는 소름이 돋을 만큼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포로 로마노는 눈으로만 보는 유적지가 아니라, 로마 문명의 거대한 역사를 온몸으로 느끼는 곳입니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려면 꼭 가이드북이나 오디오 가이드를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