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단정하게 만든다.”
대만 타이난의 어느 오후, 나는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예술이 흐르는 공간' 안을 조용히 걷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치메이 박물관이었다.
🌿 도심을 벗어나 만나는 유럽의 정원
타이난역에서 차로 약 20분. 도심의 분주함을 벗어나
타이난 메트로파크(都會公園)
안으로 들어서면,
이국적인 대리석 조각상과 광장이 넓게 펼쳐진다.
먼발치에 눈에 띄는
하얀 궁전 같은 건물 하나—바로
치메이 박물관이다.
입구에서부터 그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길게 뻗은 헤라 분수대와 다리,
로마풍 기둥, 그리고 고전주의
양식의 대칭 구조.
마치 오스트리아 빈이나 프랑스 루브르 뒷정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곳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고,
문화가 살아 있는 정원이다.
🏛️ 치메이 박물관의 시작은 '사람을 위한 예술'이었다
이 박물관은 대만의 대표적인 기업 ‘치메이 그룹(奇美實業)’의 창립자인
쉬원룽(許文龍) 회장이
“누구나 쉽게, 아름다운 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세운
사립 박물관이다.
그는 어릴 적 가난해서 미술관이나 콘서트에 갈 수 없었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모든 대중이 ‘무료로’, 혹은 ‘저렴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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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수집한 악기, 미술품, 무기, 동물 표본 등을 전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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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으로 오케스트라 악기 대여까지 지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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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이라는 지역에 문화적 자부심을 새겨 넣었다.
그 결과 치메이 박물관은 지금,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박물관 중 하나이자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사립 예술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 내부 전시 – 5개 분야, 끝없는 감상의 여정
박물관 내부는 총 5개 주요 전시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 규모가 꽤 커서
최소 2~3시간 이상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 1. 미술관 –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
유럽 회화, 조각, 장식예술이 주를 이루며
로댕, 브론즈, 부쉐 등 서양 고전 예술가들의 작품과 함께
19세기 유럽의 살롱 화풍과 모더니즘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자연광과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전시실 구조는
작품을 보는 몰입감을 훨씬 끌어올려 준다.
🎻 2. 악기관 – 바이올린의 성지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올린이 전시된 박물관
중 하나다.
무려 500점 이상의 현악기 컬렉션과 함께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델 제수 등 전설적 명기의 실물도 볼 수 있다.
일부는 박물관 내 공연장에서 실제 연주에 사용되기도 하며,
매달 클래식 미니 콘서트가 열리는 날엔 악기들이 ‘깨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3. 무기·갑옷관 – 중세 기사단의 귀환
유럽과 아시아의
검, 갑옷, 총기류가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실제 사용되었던 중세 기사 갑옷, 사무라이 무장 세트, 고풍스러운 총과 대포
모형까지…
그 규모나 구성은 단순한 컬렉션이 아닌, 전시미학 그 자체라 해도 좋다.
🦁 4. 동물 자연사관 – 살아 있는 지구의 한 부분
아프리카 코끼리, 북극곰, 기린, 희귀 조류까지
실물 크기의 박제와 함께
생태 설명, 보존 정보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며,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휴식과 배움이 공존하는 장소다.
🗿 5. 조각 갤러리 – 고요한 회랑 속 예술
클래식한 조각상이 놓인 통로와 회랑은
사진 찍기에도, 조용한 산책을 하듯 걷기에도 참 좋다.
📸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포인트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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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라 분수대 & 다리 | 박물관 입구의 시그니처 뷰 |
🔻 대리석 회랑 복도 | 고전 건축의 대칭미가 살아 있음 |
🔻 야외 벤치 & 조각상 |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프레임 |
🔻 노을 시간대 외관 | 해 질 무렵 금빛으로 물드는 건물 벽면은 압도적 |
📷 팁: 광각렌즈 or 스마트폰 0.5배 모드로 넓게 담아보세요.
🧭 여행 정보 &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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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台南市仁德區文華路二段66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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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09:30 ~ 17:30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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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성인 200NTD / 청소년·학생 할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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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공간: 실내 벤치, 야외 정원, 뮤지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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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온라인 사전 예약 시 입장 빠름 (Klook 등)
추천 동선
입구 정원 → 분수대 → 외관 촬영 → 악기관 → 미술관 → 자연사관 → 기념품샵 → 카페
☕ 근처 맛집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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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카페 (관내)
유럽풍 커피바 + 클래식 음악 분위기. 라떼와 치즈케이크 강력 추천! -
S. Café (박물관 근처)
감성 브런치, 크로와상과 에그베네딕트 맛집 -
라벤더 가든
꽃 정원이 아름다운 로컬 카페. 인생 사진 건질 확률 100%
🧳 여행의 끝자락에서
박물관을 나서는 길,
그 고요하고 따뜻한 건물 뒤로 해가 천천히 넘어가고 있었다.
사진도 많이 찍었고, 설명도 많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예술은 머리를 채우기보다, 마음을 씻어내는 일이다.”
치메이 박물관은 그렇게 하루를,
아주 천천히 아름답게 채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