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난의 바닷바람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수백 년 전 누군가의 발자국을 밟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이곳, 안평고성이었다.
🌅 안녕, 타이난
대만 남부에 위치한
타이난(台南).
대만의 옛 수도였던 이 도시는, 북적이는 도시와는 또 다른
느림의 미학을 품고 있었다.
높은 빌딩 대신 낮은 기와지붕, 화려한 쇼핑몰 대신 조용한 골목과 오래된 사원이
어우러진 곳.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안평(安平)**이라는 바닷가 마을, 그리고 그
중심에 자리 잡은
안평고성이었다.
🏰 안평고성은 어떤 곳일까?
**안평고성(安平古堡)**은 1624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대만을 점령하면서
건설한 요새로, 당시 이름은 **젤란디아 요새(Fort Zeelandia)**였다.
이곳은 동남아와 중국 사이의 무역 요충지였으며, 당시 대만 내에서 가장 번영한
지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후 **정성공(鄭成功)**이라는 중국 명나라 장수가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내며 고성은 다시 중국인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그때부터 이 요새는 ‘안평고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산책하듯 둘러본 안평고성
안평고성 입구에 들어서면 붉은 벽돌과 고풍스러운 담장이 먼저 눈에 띈다.
곳곳에 널린 유적 조각들과 옛날 대포, 설명이 적힌 팻말들이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걸
말해준다.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요새의 망루가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안평항구는
그리 크진 않지만 탁 트인 바다와 함께 고요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맑은 날에는 수평선 너머로 바다가 은은하게 반짝인다.
누군가는 여기를 "타이난의 가장 평화로운 순간을 만나는 곳"이라 부르기도 했다.
📸 인생 사진 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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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 담장 앞: 고성 특유의 유럽풍 벽돌이 포인트. 빈티지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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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망루 위 전망대: 바다와 마을이 어우러진 뷰, 일몰 무렵 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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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 벽면: 계절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이색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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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내부 돌계단: 사진만 보면 유럽 어딘가 같다는 느낌!
☕ 고성을 다 보고 나면?
근처 로컬 맛집과 카페 탐방도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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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나무집(安平樹屋): 나무뿌리가 집을 통째로 덮은 신비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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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우거 豆花屋: 고소하고 시원한 대만식 디저트 '두화(豆花)'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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布朗趣咖啡館: 감성 가득한 창문 자리, 커피 한 잔에 하루가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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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平老街(안평 올드 스트리트): 대만식 간식들과 전통 수공예품이 넘치는 거리.
🎒 여행자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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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성인 기준 50NTD, 학생은 25N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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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내부에 역사 설명이 중국어/영어로 함께 되어 있어 이해하기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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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햇빛이 강하니 모자 + 선크림 + 물병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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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4시에 입장하면 망루에서 노을 지는 바다를 볼 수 있음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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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공용 자전거 스테이션도 있어 자전거로 둘러보는 것도 좋다
🧳 여행의 끝자락에서
안평고성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그 작은 공간 안에 담긴 시간의 깊이는 놀라울
정도였다.
붉은 벽돌 사이에 스며든 역사, 망루 위에서 바라본 푸른 바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는 여행자들.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돌아가는 길, 무심코 바닷바람에 머리가 흩날리고 있었다.
대만의 따스한 남쪽, 그곳에서 보낸 하루는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