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공간, 용산사에서 만난 대만의 정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어떤 공간은 오히려 시간을 붙잡는다.

높은 빌딩과 현대적인 구조물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 분주함 속에서 **용산사(龍山寺, Longshan Temple)**는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타이베이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용산사는 단지 ‘관광지’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천천히 둘러보면, 이곳은 대만이라는 나라가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지,
무엇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곳임을 알게 된다.

🧭 용산사, 어디에 있나요?

참고로 MRT로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단 2정거장, 접근성이 매우 좋다.

용산사는 **완화구(萬華區)**라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에 위치한다.
오래된 시장, 야시장, 전통 약방, 좁은 골목 등 도심 재개발 이전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곳은,
사찰의 존재와 함께 더욱 고전적인 타이베이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용산사는 1738년 청나라 시기, **복건성(福建省)**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세운 사원이다.
그들이 건너온 땅에서 모셔오던 관세음보살을 위해 건축한 이 사원은, 이후 대만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사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긴 역사 속에서 용산사는 수많은 재난과 전쟁을 견뎌야 했다.

이후 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복원된 지금의 용산사는, 단지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건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무너졌다고 끝나는 건 아니야. 다시 세울 수 있어. 사람의 마음으로.”

정문을 지나 발을 들이자마자, 공기의 결이 바뀐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 냄새, 들려오는 기도 소리,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앞의 시끄러운 도로와는 다른 차원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사찰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正門) – 정교한 석조 조각과 금박 장식

중정(中庭) – 연못과 향로,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

대전(大雄寶殿) – 관세음보살을 모신 본당

건물의 기와는 용, 봉황, 연꽃 문양으로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고,
대만 전통 목조건축의 곡선미가 특히 아름답다.

입구나 본당 앞에서 **향(향초)**을 나눠준다.
무료이지만 작은 기부함에 자율 기부하는 문화가 있다.

1. 향을 세 개 정도 받은 후

2. 각 신에게 순서대로 향을 피우고

3. 두 손 모아 조용히 소원을 빈다

신앙이 없어도, 단지 마음을 다잡는 시간으로도 의미 있다.

반달 모양의 나무 제기를 두 개 던져, 그 조합에 따라 질문에 대한 '신의 응답'을 받는 대만 전통 방식.
그 결과에 따라 점괘 번호를 뽑아 해석지를 받을 수 있다.

학업, 연애, 진로, 사업…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도 흥미롭게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많은 이들이 카메라를 들지만,
이곳에서는 경건한 침묵과 공기 그 자체를 느끼는 것이 진짜 여행이다.

물론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셔터보다 눈으로, 화면보다 마음으로 담길 바란다.

용산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타이베이의 로컬 정취가 살아 숨 쉬는 명소들이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심은 오래 남는다.”

용산사를 걷는 동안 마음이 느려졌다.
무언가를 간절히 비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나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졌다.
그건 꼭 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에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언젠가 또 대만에 오게 된다면,
용산사부터 들르고 싶다.
그 익숙한 향 냄새와 붉은 기둥, 그리고 고요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언제나 내 여행의 시작이자 마무리가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