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에의 또 다른 매력, 전통 모자 마을
후에(Hue)는 황성, 왕릉, 향수강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가득한 도시이지만, 그 화려한 역사의 뒤편에는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는 생활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 라(Non La)**를 만드는 마을이 그 주인공이죠.
특히 후에의 논 라는 단순한 모자가 아니라, 시와 그림을 품은 ‘시 모자(Poem Hat)’로도 유명해, 베트남 전통 공예품 중에서도 가장 우아한 형태를 띱니다.
2. 논 라, 베트남인의 일상과 상징
논 라는 모양이 단순해 보이지만, 베트남인의 생활 속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강렬한 태양과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동시에 막아주는 실용적인 도구이자, 결혼식·명절·왕실 행사에서도 쓰이며 의상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후에 지역에서는 특히 여성들이 착용하는 논 라 안쪽에 얇은 종이를 덧대고, 그 위에 시구절이나 풍경 그림을 그려 넣어 빛에 비추면 은은하게 드러나도록 만드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런 세심함이 후에 논 라를 특별하게 만들죠.
3. 마을로 가는 길
후에 시내에서 오토바이나 택시로 약 20~30분만 달리면, 한적한 시골길과 함께 대나무 울타리, 논, 그리고 낮게 늘어진 전깃줄이 이어집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대나무와 야자잎을 말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마당이나 작은 작업실 안에서는 장인들이 모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작업장 안에는 바느질하는 손끝 소리와 잎을 다듬는 칼질 소리가 조용하게 울립니다.
4.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논 라
논 라 한 개를 완성하려면 단순히 잎을 덮는 것 이상의 세심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1. 대나무 골격 만들기 – 얇게 쪼갠 대나무를 둥글게 휘어, 여러 개의 원형 테를 만들어 겹겹이 고정합니다.
2. 잎 손질 – 야자잎을 말린 후 다림질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듭니다.
3. 잎 덮기와 바느질 – 골격 위에 잎을 올리고, 얇은 실로 한 땀 한 땀 고정합니다. 바느질 간격이 촘촘할수록 모자가 오래 갑니다.
4. 마무리 – 가장자리를 단단하게 감싸고, 모자의 윗부분을 매끈하게 다듬습니다.
후에의 시 모자는 이 과정 중간에 종이 장식을 삽입해 빛을 통과시켰을 때만 보이는 은밀한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5. 직접 만드는 체험
방문객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논 라 만들기 체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장인이 직접 옆에서 작업법을 설명해주고, 대나무 골격에 잎을 올려 바느질하는 과정을 직접 해보게 되죠.
짧게는 1시간, 길게는 하루 체험도 가능하며, 완성한 모자는 여행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모자 하나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담기는지 체감하게 됩니다.
6. 마을 사람들과의 이야기
이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몇 세대째 논 라를 만들어온 장인 가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 옆에서 바느질을 배우고,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어온 경우가 많죠.
어떤 장인은 자신의 모자가 왕실 행사와 해외 전시회에 쓰였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어떤 분은 "모자 안의 시 한 줄이 손님에게 전해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 따뜻한 미소와 손끝의 주름은, 공예품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7. 여행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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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시내에서 오토바이나 택시로 20~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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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시간: 오전 9~11시 (작업이 가장 활발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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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현금(소액 결제용), 간단한 간식 또는 작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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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완성된 시 모자(5~10 USD) 또는 직접 만든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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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작업장 내부에서 촬영 시 허락을 구하는 것이 예의
8. 여행자의 한마디
전통 모자 마을은 관광 명소라기보다, ‘살아 있는 공방’ 같은 곳입니다. 모자를 만드는 세심한 과정 속에서, 후에의 햇빛과 바람,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깁니다.
화려한 유적이 아닌, 소박한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문화와 예술을 느끼고 싶다면 이 마을을 꼭 찾아가보세요. 모자를 쓰고 돌아오는 길에, 후에의 햇살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