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학문과 정신이 깃든 곳 베트남 하노이 문묘

“북적이는 도시를 등지고, 붉은 기와 지붕 아래를 걷기 시작했다.

바람은 조용했고, 나무는 높았다.
그 공간은 말보다 ‘지성’이 먼저 말을 거는 곳이었다.”

🏛 유교의 뿌리, 베트남 최초의 대학

문묘는 단순한 사원이 아니다.
1070년, 리 왕조 시대에 지어진 이 공간은 공자와 유교 사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으며,
이후 **1076년, 베트남 최초의 국립대학 ‘국자감(Quốc Tử Giám)’**이 이곳에 설립되었다.

이곳에서 과거 시험을 치르고, 수백 년간 왕족과 고위 관료들이 공부하며 나라의 기틀을 다졌다.
문묘는 지성의 출발점이자, 베트남에서 ‘가장 고귀한 배움의 공간’으로 불린다.

“공자의 나라가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그는 스승이었다.”

문묘는 5개의 뜰(정원+건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구조 자체가 유교의 ‘격물치지(格物致知)’ → ‘수기치인(修己治人)’ 철학과 닮아 있다.

붉은 기와와 나무로 지어진 대문을 지나자
햇살이 고요히 내리는 정원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발걸음은 느려졌다.

👉 이곳은 단지 ‘입구’가 아니라, 세속을 떠나는 의식 같은 곳.

작은 길 양옆엔 나무와 잔디, 그리고 고즈넉한 연못이 있다.
고전 속에서 배움을 위해 걷던 선비의 발걸음이 들리는 듯한 공간.

정자의 기와지붕 아래 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를 바라봤다.
책을 읽고 싶어지는 순간이 이런 느낌일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곳.
이곳에는 1442~1779년 사이 과거 급제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82개가
모두 ‘거북이’ 위에 놓여 있다.

👉 거북이 = 장수, 인내, 지혜의 상징
👉 이 비석들은 실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

비석 앞에서 베트남의 학문적 자부심을 느꼈다.
사람들은 돌거북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시험 합격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 구역은 문묘의 중심 공간.
가운데는 공자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양옆엔 맹자·안자 등 유교 성인들의 위패가 함께한다.

향 냄새, 목재의 묵직한 냄새, 빛과 어둠의 균형…
그 자체로 배움에 대한 존중과 신념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여기선 단정한 복장과 조용한 태도가 필요하다.
단지 ‘기념촬영’이 아닌, 공간과 마주하는 예의를 갖춰야 하는 순간.

마지막 구역은 실제로 강의가 이루어졌던 곳이다.
목조 기둥, 붓글씨 족자, 회랑을 따라 늘어선 작은 방들이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교실 같다.
책상이 아닌 바닥에 앉아 배움을 시작했던 그 시절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 팁: 오전 9시 전 또는 오후 4시 이후 방문하면 인물사진 촬영에 최적.
커플 또는 가족 사진 촬영도 많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문묘를 걸으며 새삼 느낀 건,
지식이 단지 시험이나 성적을 위한 게 아니라,
‘존재의 품격’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돌거북이, 향기, 고요함, 나무 아래의 벤치…
그 모든 것들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듯했다.

항목	정보
🕰️ 운영 시간	매일 07:30 ~ 17:30
💰 입장료	30,000동 (현금만 가능)
📍 위치	하노이 시내 중심, 호안끼엠 호수에서 차량 10분
⏰ 소요 시간	약 1시간~1시간 30분
📷 촬영	외부 자유 / 내부 사당은 조용히 촬영
👕 복장	단정하게 (민소매, 짧은 바지 X)
☕ 추천 근처 장소	KOTO Restaurant (사회적기업 식당), Oriberry Coffee, Cafe RuNam

“천 년 전 지식이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문묘는 베트남의 역사이자, 내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린 유교의 숨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