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 위에 핀 평화의 봉우리, 베트남 짜딘 산의 노을

1. 메콩 델타에서 솟아오른 신비로운 언덕

짜비(Chau Doc)는 메콩 델타의 강줄기들이 만나는 작은 도시입니다.

평평한 논과 운하로 가득한 이곳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언덕 하나, 그것이 바로 **짜딘 산(Sam Mountain)**입니다.

높이 약 230m의 이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끝없이 펼쳐진 메콩 평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처음 마주한 짜딘 산은 그저 초록빛 언덕일 뿐이었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달라집니다.

산 전체가 작은 사원과 신당들로 뒤덮여 있고, 향 냄새와 종소리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영적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짜딘 산 입구에 자리한 **바 로아 사원(Ba Chua Xu Temple)**은 이 지역 주민들의 신앙의 중심지입니다.

매년 4~6월 열리는 바 로아 여신 축제 기간에는 수천 명의 순례객이 모여들죠.

평소에도 향이 가득한 사원 앞에서 사람들이 합장하며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경건함 그 자체입니다.

저 역시 사원 앞에 잠시 앉아 메콩의 바람을 느껴봤습니다.

종소리가 멀리 메아리치며 들릴 때, 마음속 무거웠던 것들이 스르르 내려앉는 듯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마음을 쉬게 하는 성지’**였습니다.

짜딘 산을 오르는 길은 포장도로와 계단이 혼합된 코스로, 오토바이나 택시로 중간까지 오르고 이후 걸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길가 곳곳에는 작은 불상, 신당, 현지인들이 정성껏 올린 제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향 냄새 속을 걸으며, 나도 모르게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중턱쯤 오르면 유명한 **떠이안 사원(Tay An Pagoda)**이 있습니다.

인도풍 건축 양식과 화려한 장식이 인상적인 이 사원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줍니다.

잠시 들러 사원의 정원에 앉아 있으면 메콩 평야를 가로지르는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쌉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하면, 발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메콩 델타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논밭 사이를 가르는 운하, 반짝이는 메콩 강줄기, 그 위를 오가는 작은 배들, 그리고 저 멀리 캄보디아 평원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석양 무렵이 되면,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고, 강 위의 배들이 황금빛 물결 속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그 순간, 메콩 델타의 하루가 끝나는 서정적인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그 광경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말을 잃고 서 있을 것입니다.

짜딘 산은 그저 ‘풍경이 좋은 산’이 아닙니다.

이곳은 메콩 델타 사람들의 삶, 믿음,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여행이란, 그 땅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라면, 짜딘 산은 메콩이 들려주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하루의 끝, 짜딘 산 정상에서 본 노을은 내 마음에도 작은 평화를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