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발, 숲이 부르는 길
타이중 시내에서의 빠듯한 일정과 분주한 일정을 잠시 접고, 우리는 고요한 숲속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다슈에산 삼림유원지(大雪山國家森林遊樂區). 차를 타고 약 2시간 남짓, 점점 도시가 멀어지고 숲 냄새가 가까워지는 순간. 창문을 열자 기온이 달라졌고, 공기는 상쾌하고 차가웠다. ‘이제 진짜 숲으로 들어가는구나’ 하는 기분에 심장이 설렜다.
🛤️ 고도 2,000m 숲길, 고요함을 걷다
다슈에산은 해발 1,800~2,996m의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삼림유원지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고도감, 그리고 아열대에서 냉온대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식생이 숲길을 따라 펼쳐진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방문자 센터에서 간단한 지도와 안내를 받고 본격적인 숲속 걷기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야커우 전망대(埡口觀景台). 길이는 짧지만 고도감이 있는 코스로, 단 15분만 올라가면 눈앞에 타이중 시내와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 구름 바다가 펼쳐진다. 구름이 발 아래를 덮을 때의 장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압도감’ 그 자체였다.
🌳 트레일 속 자연과 마주치다
다음 코스는 소설산 트레일(小雪山步道). 왕복 9km 정도의 길지 않은 산책로지만, 길 곳곳에서 다양한 식물과 조류, 그리고 고목들과 마주할 수 있다.
걷다 보면 2~3명이 함께 안을 수 있을 만큼 굵은 삼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있고,
잣나무와 전나무가 뒤엉켜 만들어낸 그늘 속에서는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
명료하게 들린다.
한참을 걷다 보니, 무심코 새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잠시 멈춰
눈을 돌리니 나무 위에 앉은 작은 새들이 부리를 털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숲은, 정말 살아있는 숲이었다.
🐿️ 숲속 생명들과의 조우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다양한 야생동물들도 이곳의 묘미다. 멀리서 빠르게 도망가는 다람쥐, 나뭇가지 위를 재빠르게 건너는 원숭이 무리, 날개를 활짝 펴고 유유히 날아가는 매와 같은 조류들까지.
특히 조류 관찰지로 유명한 곳답게, 렌즈를 장착한 새덕후(조류 촬영 마니아)들이 길 곳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 도시락과 한 잔의 차, 숲에서의 점심
트레킹 중간, 삼림데크 벤치에 앉아 가져온 간단한 도시락을 꺼냈다. 자연 속에서 먹는 음식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소박한 김밥 한 줄과 따뜻한 차 한 모금이, 온 세상을 채우는 기분이었다.
바람은 적당했고, 나무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으며, 숲속의 온도는 15도 남짓. 오직 새소리와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배경음이었다.
🌄 늦은 오후, 다시 길 위에 서다
하산 전 마지막으로 찾은 코스는 목마고도(木馬古道). 옛날 나무를 실어 나르던 길을 트레킹 코스로 재정비한 곳이다.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로 만든 다리와 철제 궤도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숲에 깃든 역사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 한켠이 몽글해졌다. 단순한 ‘풍경 구경’이 아니라,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시간들까지 만나는 여정이었다.
🌙 저녁이 오는 숲
오후 4시를 넘기며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다슈에산의 해는 느리게, 그리고 은은하게 저문다. 구름 사이로 흘러드는 햇살이 숲을 붉게 물들인다.
그 순간, 나는 걷는 걸 멈췄다.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 나무의 향, 바람의
온도, 하늘의 색… 모든 감각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아, 이 순간을 기억하자.” 그렇게 마음속에 새기며, 나는 숲을 내려왔다.
📍 여행 정보 요약
항목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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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타이중시 허핑구 대설산삼림도로 27호 (雪山林道) |
입장료 | 200 NTD (성인 기준), 타이중 시민·학생 우대 할인 있음 |
운영시간 | 오전 6시 ~ 오후 5시 |
숙소 | 유원지 내 숙소(小雪山莊, 大雪山賓館 등) 미리 예약 필수 |
교통 | 자차 필수, 타이중역에서 대중교통은 주말 한정 운행 가능 |
난이도 | 코스별 다양 (입문자용~중급자용까지) |
기후 팁 | 여름에도 서늘함. 긴팔, 바람막이 필수 |
휴대품 | 생수, 간식, 카메라, 모자, 썬크림, 렌턴 (비상용) |
💡 여행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고요한 숲은 말이 없지만, 그 안엔 모든 답이 있었다. 자연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지만, 조용히 마음을 다독여준다. 타이중에서 도시를 떠나 하루를 온전히 숲에 맡기고 싶다면, 다슈에산으로 향하라.”
📸 추천 사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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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속 데크에서 일렁이는 나뭇잎 사이 빛을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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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야커우 전망대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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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중 만난 야생동물, 새 혹은 다람쥐의 순간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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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철제 궤도길을 걷는 레트로 감성 샷
✨ 마무리 한줄 요약
“다슈에산은 ‘높고 깊은 숲’이라는 이름처럼, 나의 여행에도 깊은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걷는 것만으로 치유받는 기적 같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