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노동과 생존… 100년 전 인간의 흔적을 만나다
홋카이도 자유여행 중 들르게 될 수많은 자연명소들 사이에서,
유독 인간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 있다.
그것이 바로 아바시리의 **감옥 박물관(網走監獄博物館)**이다.
이곳은 단순히 "감옥을 흉내낸 테마 박물관"이 아니다.
실제 감옥을 해체해 복원하고, 죄수들의 삶과 노동, 제도의 그림자까지 고스란히
재현해낸 야외 역사공간이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직접 걸어보고, 들어가 보고,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며 느끼는 이
박물관은
자유여행자에게 예상치 못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 왜 하필 '감옥 박물관'인가?
1890년대,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 개척을 위해 죄수들을 동원하기로 한다.
기후가 험하고 인력이 부족했던 북쪽 땅을 개척하기 위해 선택된 방식은
‘강제 노동’이었고, 아바시리 형무소는 그 중심 역할을 했다.
당시 죄수들은 길을 만들고, 땅을 개간하고, 벌목과 채석을 하며 혹독한 조건
속에서 생존했다.
많은 이들이
도로 공사 중 사망했고,
기록조차 남지 않은 생들이 이 땅에 묻혔다.
그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과거를 지우기보다는 기록하고 기억하자는 목적으로
이 박물관은 1983년, 실제 형무소 건물을 해체·이전하여 복원한 형태로 개관했다.
🏛️ 박물관 구성 – 100년 전 감옥의 시간 속으로
① 중앙 감시동과 5방사형 죄수동 (중요 문화재 지정)
박물관의 상징이자 가장 상징적인 건물이다.
5개의 죄수 수감동이 중앙 감시실에서 별 모양으로 뻗어 있는 구조.
이 설계는 단 한 명의 감시자가 동시에 다섯 개의 동선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감시와 통제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건물 내부에는 실제 철창과 복도, 죄수 침대와 구식 난방기까지
100년 전 그대로 재현되어
있으며, 벽지에 남은 습기, 창살 너머 빛의 각도까지도
그 시대를 살아낸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② 징벌방, 독방 체험 공간
좁고 습한 독방은 처벌받은 죄수들이 며칠씩 갇혀 지내던 공간이다.
들어가는 순간 벽과 천장이 한없이 가깝게 느껴지며,
몸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극한에 몰리는 공간이란 것이 실감된다.
냉기 도는 나무 바닥, 빛 하나 없는 공간,
그리고 두꺼운 문이 닫히는 순간 밀려오는 압박감은
관광이 아닌 ‘체험’으로서의 진정한 몰입을 제공한다.
③ 죄수식 식사 체험 – 그들도 하루 세 끼를 먹었다
박물관 내 푸드코트에서는 실제 죄수들이 먹었던 식단을 그대로 재현한
**‘감옥밥 체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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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보리밥, 된장국, 연어구이, 절임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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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약 1,1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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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의외로 소박하고 건강한 구성. 짜거나 맵지 않음
단순한 테마식이 아니라, 삶을 유지하기 위한 식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메뉴였다.
④ 감옥의 사회적 기능 전시
박물관에는 형무소의 기능, 개척의 역사, 그리고 죄수들이 만들어낸 인프라에 대한 설명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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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이 만든 도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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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개척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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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도구, 수감 기록, 실제 사용된 수갑 및 족쇄 등
특히, **“누가 죄인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형벌제도가
단순한 처벌을 넘어, 인간을 어떻게 대상화했는가를 느끼게 한다.
🎟️ 운영 정보 & 관람 팁
구분 |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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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시간 | 9:00 ~ 17:00 (겨울엔 16시 종료) |
입장료 | 성인 1,500엔 / 학생 1,000엔 / 어린이 750엔 |
소요 시간 | 1시간 반~2시간 |
언어 지원 | 한국어 리플렛, 오디오 가이드 있음 |
공식 웹사이트 | https://www.kangoku.jp |
📌
야외 중심 구조이므로 겨울엔 반드시 방한복 착용 필수
📌 비 오는 날엔 미끄러운 구간 주의 (우산보단 방수 재킷 추천)
🚗 접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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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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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시리 시내 중심에서 5~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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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넓고 무료, 캠핑카도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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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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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아바시리역에서 시내버스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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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운행 간격이 넓어 시간 맞추기 어려움 → 택시 추천 (약 1,200엔)
🛍️ 굿즈와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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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복 스트라이프' 디자인 티셔츠,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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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콘셉트 열쇠고리, 머그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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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밥 레토르트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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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나무 도장 세트 등
단순한 기념품이라기보다, 유머와 풍자가 가미된 굿즈들이 많아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 마무리 후기 – 고요하고 묵직했던 2시간
아바시리 감옥 박물관은 처음엔 단순한 흥미로,
나중엔
사람과 제도, 시대의 무게를 생각하게 되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죄를 짓는 건 개인의 문제일까, 시대의 구조일까?”
“자유란 무엇이며, 통제란 어디까지 가능한가?”
무거운 질문이지만, 이 공간은 차분히 걷고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단서를 건네준다.
홋카이도 동부를 여행하며, 눈과 바다와 온천 사이에서
한 번쯤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역사'라는 여행지.
그것이 바로 이 감옥 박물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