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시코쿠 여행에서 저는 잠시 도심의 화려함을 벗어나, 더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향한 곳이 바로 에히메현 마쓰야마시에 위치한 이시테지(石手寺).
말 그대로 ‘돌(石)로 된 손(手)의 사찰’.
이름만 들어도 뭔가 전설이 숨어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이곳은 단순한 사찰을 넘어,
천 년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의 숨결이 깃든 공간이었습니다.
📖 이시테지, 어디까지 알고 계세요?
**이시테지(石手寺)**는 일본 시코쿠 순례길인 **‘오헨로(お遍路)’**의
제51번 사찰이에요.
오헨로는 고보 대사(구카이, 弘法大師)가 수행했던 길을 따라
총 88개의 사찰을 순례하며
깨달음을 구하는 여정이죠.
모든 사찰에 의미가 있고,
모든 걸음에 기도가 담겨 있다.
그 중간에 자리한 이시테지는
여행자가
불교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장소입니다.
🧭 이동 – 도심 속 순례의 시작
저는 마쓰야마 시내 중심에서
출발했어요.
사실 이시테지는 도고온천에서
도보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요.
그래서 도고온천과 연계해서 방문하기 정말 좋습니다.
마치 아침 산책처럼 느긋하게 걸어가는 길.
초록이 우거진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멀리서부터 고요하고도 장엄한 분위기가 조금씩 밀려옵니다.
🛕 입구에 다다르면 – 웅장한 국보, 니오문(仁王門)
사찰 입구에는 일본 국보로 지정된 **니오문(仁王門)**이 우뚝 서 있어요.
2층 구조의 목조 건축물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이에요.
양옆으로 서 있는
금강역사상(仁王像) 두
기가
사찰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입구를 막고 서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갈수록
“이제부터는 말보다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는 사찰의 메시지가 전해져요.
🌳 사찰 안 풍경 – 복잡함을 내려놓는 공간
이시테지는 단순히 하나의 본당이 있는 사찰이 아니에요.
넓은 경내에 여러 탑과 불당, 동굴, 작은 돌탑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 본당(本堂)
가장 중심이 되는 본당.
이곳에선 불상을 향해 조용히 합장하는 순례자들이 많았어요.
향을 하나 피우고, 작은 기도를 올리는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수행 같았어요.
저도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몇 분간 머물렀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
🏯 삼중탑과 기타 불당
경내에는 **삼중탑(三重塔)**과 여러 작은 사당들이 이어져 있어요.
천천히 걸으며 이곳저곳 돌아보다 보면,
‘참배’라기보다
하나의 순례 여정처럼
느껴집니다.
🙏 순례자와 함께 걷는 경험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곳에서 만난
진짜 순례자들이었어요.
흰 옷(백의)을 입고, 둥근 삿갓을 쓴 채, 지팡이를 짚고 걷는 사람들.
그들의 발걸음은 아주 느리지만, 아주 단단했어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걷고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들과 눈을 마주칠 때면
왠지 모르게 **“당신도 순례 중인가요?”**라는 무언의 인사가 오간 듯한
기분이었어요.
🔦 지하 동굴 탐방 – 빛 없는 명상의 공간
경내 한쪽에는 약간은 의외의 공간이 숨어있어요.
바로 동굴 수행 공간입니다.
입구에서
초를 하나 받아 들고, 어두운
통로로 들어갑니다.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한 공간 속,
벽면을 따라 놓여진 불상들, 탱화, 밀교의 상징들이 조용히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어디선가 들리는 염불 소리,
가끔씩 초 흔들림에 따라 생기는 그림자…
“나 자신과 마주하는 명상의 동굴”
그 느낌이 딱이었어요.
🕉️ 염불 따라 읽기 – 짧지만 깊은 체험
작은 부처상 앞에 앉아
순례자들이 읊조리는 염불을 조용히 따라해봤습니다.
“남무 대사 헨조콘고” (南無大師遍照金剛)
시코쿠 88사찰 순례자들이 공통으로 외우는 기본 염불이에요.
모든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는 그 한 문장.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저도 그들의 여정 한켠에 끼어든 기분이었어요.
🍵 사찰 옆 찻집 – 하루의 여운을 음미하다
경내를 다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점심시간.
바로 옆 골목에 있는 작은
말차 찻집에 들어갔습니다.
따뜻한 말차 한 잔,
계절 화과자 하나,
창밖으로 보이는 니오문의 풍경.
사찰의 여운을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이라는 게, 이렇게
멈추고 바라보는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죠.
🧳 여행 정보 요약
항목 | 내용 |
---|---|
📍 위치 | 에히메현 마쓰야마시 이시테 2-9-21 |
🕓 운영 시간 | 연중무휴, 자유 입장 (기부금 자율) |
🚶 이동 방법 | 마쓰야마 시내 버스 or 도고온천역에서 도보 15~20분 |
🎫 입장료 | 무료 (지하 동굴 입장 시 초 100엔) |
🙏 체험 요소 | 향 피우기, 염불 따라 읽기, 순례 도장 찍기 |
🛍️ 주변 코스 | 도고온천, 보도 거리, 말차 찻집, 찰떡 가게 |
📷 사진 포인트 | 니오문, 삼중탑, 순례자 실루엣 |
✨ 한 줄 소감
“걷는 것이 기도가 되고, 침묵이 말이 되는 공간.
이시테지는 마음속의 불빛을 켜주는 조용한 사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