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의 프랑스, 키타가와 무라 ‘모네의 정원’ 자유여행기

고치현 자유여행의 마지막 날, 조용히 여행을 마무리할 장소를 찾다가 ‘모네의 정원(モネの庭マルモッタン)’을 발견했다.

프랑스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생애의 마지막 40여 년을 바친 정원이 일본 시골 마을 어딘가에 재현되어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원은 존재했고, 예상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꽃, 빛, 물, 그리고 바람. 그 모든 것이 ‘그림이 아닌 실제 공간’에서 느껴지던 순간.

🌿 정원에 들어서자, 공기가 달라졌다

입구를 지나면 바로 ‘물의 정원’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아마 정원 전체에서 가장 모네스러운 공간일 것이다.
연못 위에 활짝 핀 수련들, 부드럽게 늘어진 버드나무, 그리고 초록빛의 아치형 다리.

모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수련 연작>**이 현실 공간으로 살아난 느낌이다.
마치 모네가 그렸던 캔버스를 살짝 들춰보니, 그 안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용하다.
새소리, 잎사귀 흔들리는 소리, 연못 위에 맺힌 물방울의 파장조차… 그림 속에 있는 듯한 고요함.

‘물의 정원’을 지나면 **‘꽃의 정원’**이 나온다.
이곳은 모네가 프랑스 지베르니의 집 앞에 가꾸었던 정원을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방문한 시기는 6월 말.
부드러운 수국과 화려한 백합, 은은한 향기를 머금은 장미가 정원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7월 중순부터는 해바라기, 달리아, 여름 코스모스도 피어난다고 하니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 같다.

정원은 단순히 ‘예쁜 꽃이 많은 장소’가 아니라,
계절의 흐름을 따라 풍경이 변하는, 살아있는 그림 같은 공간이다.

정원 내부에는 의자와 그늘이 많아, 혼자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자주 보인다.
카메라 하나, 차 한 잔, 혹은 조용한 음악 하나만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오후를 즐길 수 있다.

세 번째 정원인 ‘빛의 정원’은 기존의 프랑스식 모네 정원과는 결이 다른 공간이다.
이곳은 일본의 산, 바다, 하늘, 계절을 주제로 한 조형 예술 작품들이 놓여 있고,
그 안에서 자연과 예술이 조용히 어우러진다.

‘모네가 일본을 방문했다면 이런 정원을 만들었을까?’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든다.

정원을 다 둘러본 후, 입구 근처의 작은 가든 카페에서 허브티 한 잔을 시켰다.
특히 유자향 허브티는 이 지역 특산물이기도 해서 상큼한 마무리로 제격이다.
가든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로 만든 마들렌과 케이크도 부드럽고 향긋하다.

기념품 샵에서는 모네의 수련 엽서, 북마크, 아로마 향초, 그리고 키타가와 마을 특산 유자잼 등도 구입할 수 있다.
품질이 좋아 선물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모네의 정원’은 **고치현 동쪽 아키 시 근처 ‘키타가와 무라’**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다.
대중교통으로는 JR 아키역까지 간 후, 버스로 약 40분 정도 들어가야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연결이 불편하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고치시에서 약 1시간 거리, 드라이브코스로도 탁월하다.
주차장은 넓고 무료로 이용 가능.

자연이 그림이 되고, 그 안에 내가 풍경의 일부가 되는 시간.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멀어져, 고요함과 색채의 세계에 머무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정원은 가장 이상적인 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