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곳.
**하마톤베츠(浜頓別)**는 ‘고요함’이 풍경이 되는 작은 마을입니다.
홋카이도 최북단 왓카나이에서 남쪽으로 조금,
철새의 쉼터이자 사람의 마음을 쉬게 해주는 습지의 도시—
이번 여행은 그 조용한 풍경 속에서 나를 천천히 정리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DAY 1 – “일상의 끝에서 만난 낯선 평온”
경로: 삿포로 → 아사히카와 →
왓카나이 (JR 약 5시간)
→ 왓카나이역에서 하마톤베츠행 버스 (약 2시간)
기차는 도시를 지나 들판을 가로질렀고,
버스는 다시 숲과 호수를 지나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관광객’보다 ‘주민’이 많은 진짜 마을.
하마톤베츠는 처음 보는 곳인데도,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작은 정류장에서 내리자 바람이 차갑고, 공기는 깨끗하며,
어딘가 흙냄새와 풀냄새가 섞여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낮은 지붕과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들—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 체크인 – 호숫가 펜션, ‘머무는 것’의 의미
숙소는
쿠차로호(クッチャロ湖) 근처의
작은 펜션.
가족이 운영하는 단층 구조의 건물로, 방마다 큰 창이 있고
그 창 밖으로는 호수와 갈대밭, 철새의 실루엣이 펼쳐져요.
실내는 아늑하고 따뜻하며, 침대 위에는 손으로 뜬 이불과
직접 구운 쿠키가 놓여 있었죠.
이곳은 호텔이 아닌 ‘집’ 같았어요.
그 덕분에 짐을 풀자마자, 긴장이 스르르 녹아내렸습니다.
🌾 오후 – 철새를 따라 걷는 길, 쿠차로호 둘레길
**쿠차로호(クッチャロ湖)**는 북해도에서 손꼽히는 철새 도래지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수천 마리의 백조, 회색두루미, 오리떼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날고, 호수에 내려앉습니다.
호수 주변 산책길은 걷기 좋게 정비되어 있어
조용히 이어폰 없이 걷기에 딱입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갈대밭 사이로 바람이 부는 그 길에서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걸었어요.
📍 하이라이트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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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백조 전망대’에서 새 떼 날갯짓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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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관찰소 내 설치 망원경으로 두루미와 청둥오리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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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쯤 해가 지며 붉게 물드는 하늘과 호수의 실루엣
🍲 저녁 – 지역의 맛,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밥상
저녁은 숙소에서 준비해준 가정식 정식.
북해도 특산물과 지역에서 직접 기른 식재료로 만든 메뉴입니다.
🫕 메뉴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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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톤베츠산 감자버터 & 허브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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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유자된장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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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육수 된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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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채소 & 백조 모양 무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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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유자향 우유 푸딩
식탁 옆 창으로는 어스름한 하늘과 불빛이 켜진 호수가 보였습니다.
음식 하나하나에 ‘이 마을의 계절’이 담겨 있었고,
그걸 조용히 음미하며 먹는 시간이, 참으로 소중했어요.
🌌 밤 –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
저녁 식사 후, 숙소 주인 아저씨의 권유로
호수 옆 평지에 나가 별을 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선 가로등이 없어서 밤이 진짜 어두워요.
그래서 별이 더 잘 보여요.”
그 말 그대로, 고개를 드니 밤하늘은 별로 가득 찼습니다.
소리도, 불빛도 없는 곳.
단지 은하수와 바람, 그리고 내 호흡만 있는 공간.
그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완전한 정적’을 경험했습니다.
🦢 DAY 2 – 아침 해와 함께 시작되는 하루
이른 새벽,
호수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러 다시 산책로를 찾았습니다.
공기는 매우 차가웠지만, 백조들이 새벽 비행을 시작하고,
호수 수면 위엔 금빛 안개가 떠다녔습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풍경.
말을 꺼낼 필요도, 누군가와 나눌 필요도 없이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감각만으로 충분했습니다.
🧺 오전 – 로컬 체험: ‘목각 두루미 만들기’ 워크숍
마을 문화센터에서는 계절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제가 참여한 건 ‘목각 새 만들기’.
실제 두루미나 백조를 본 뒤,
나무 조각에 그림을 그리고, 목을 깎아 작은 모형을 만드는 수공예
체험이었어요.
한 시간 남짓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느린 호흡과 몰입의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자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한 활동입니다.
☕ 점심 & 떠나기 전 마지막 산책
마을 카페 ‘Cafe Tonton’에서는
감자크림스프와 연어샌드,
그리고 직접 볶은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어요.
커피잔 손잡이엔 하마톤베츠산 양파 그림이,
창밖에는 여전히 움직임이 느린 풍경이 있었습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산책을 했습니다.
그저 마을 중심지 한 바퀴.
책방 한 채, 닫힌 잡화점, 오래된 우체통.
‘이 마을에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 하마톤베츠 자유여행 정리
항목 | 내용 |
---|---|
위치 | 홋카이도 북부, 왓카나이 남쪽 |
이동 | 삿포로 → 왓카나이 (JR 약 5시간) → 버스 2시간 |
체류 추천 | 2박 3일 |
추천 계절 | 겨울(철새 관찰), 가을(산책과 별 감상) |
주요 명소 | 쿠차로호, 조류관찰소, 별 감상 포인트 |
즐길 거리 | 산책, 새 관찰, 수공예 체험, 마을 카페 |
음식 | 감자요리, 연어구이, 유자 푸딩, 지역된장 |
✨ 마무리하며 – “하지 않아도 좋은 것들로 가득한 곳”
하마톤베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지입니다.
그저 걷고, 바라보고, 천천히 쉬고, 천천히 떠나는 곳.
백조의 비행, 호수 위 별빛,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관광지의 흥분은 없지만,
고요함으로 나를 채우는 진짜 여행이 있었습니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소음보다 침묵을 듣고 싶다면,
하마톤베츠는 그 모든 조건을 조용히 충족시켜주는 마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