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후케 & 도카치가와 온천 자유여행기 (2박 3일)
“뜨거운 물이 몸을 녹일 때, 마음도 함께 풀어지더라.”
홋카이도의 동쪽, 넓은 도카치 평야 한가운데에 위치한 소도시
오토후케(音更).
그리고 그 곁을 흐르는
도카치강(十勝川) 옆으로
펼쳐진 일본 유일의 ‘식물성 모루 온천’ 마을
도카치가와 온천(十勝川温泉).
이곳은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복잡한 일정 없이, 천천히 걷고, 천천히 먹고, 조용히 쉬기 위한 여행.
도쿄도, 삿포로도 아닌,
‘쉼’을 만나기 위해 향한 도카치의 작은 마을 이야기입니다.
🚄 DAY 1 – 평야를 가로지르다, 오토후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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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경로: 삿포로 → 오비히로역 (JR 특급 오조라 약 2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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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오비히로역 → 도카치가와 온천 (버스 25분 / 택시 약 15분)
삿포로역에서 출발해
도카치 평야를 따라 남동쪽으로 달리는 기차.
끝없이 펼쳐진 밭과 구릉, 드문드문 보이는 마을과 하늘.
홋카이도 특유의 **‘넓고 고요한 정서’**가 창밖을 가득 채웁니다.
오비히로역에 도착하면 중심지는 제법 활기차지만,
버스나 택시로 북쪽으로 이동해 도카치강을 건너면 분위기는 180도 달라져요.
높은 건물 하나 없이, 논과 강, 그리고 숙소 몇 채가 띄엄띄엄 놓인
온천 마을.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마음에 절로 숨이 깊어졌습니다.
🏨 숙소 체크인 – 강이 보이는 노천탕 료칸
제가 묵은 곳은 도카치강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온천 료칸.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건
강물 흐르는 소리와 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
여기 온천은 단순한 ‘따뜻한 물’이 아닙니다.
식물성 모루 온천(モール温泉)—약 100만 년 전의 식물 퇴적물이 분해되어 생긴,
진한 갈색의 온천수로 피부에 매우 부드럽고 보습력이 뛰어납니다.
일본에서도 이곳 도카치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온천수라고 해요.
목욕 후엔 온몸이 부드럽고, 마치 오일을 바른 듯 촉촉한 느낌.
노천탕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미 여행의 절반은 성공한 기분이었습니다.
🍲 저녁 – 진짜 홋카이도를 먹다
도카치 지역은
홋카이도 식재료의 보고라
불릴 만큼
농업, 낙농, 축산이 풍부합니다.
첫날 저녁은 료칸의 가이세키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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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카치 흑우 샤부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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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버터 찜, 된장 드레싱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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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전병, 생두유 유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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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산 연어 알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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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풍미의 니혼슈 한 잔
식사는 단지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지역과 계절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었습니다.
한 입 한 입이 정성스럽고, 그 모든 게 이 땅에서 난 것들이라는 사실이
왠지 더 깊은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 밤 – 별과 강, 그리고 고요한 온천
식사 후 다시 찾은 노천탕은 낮보다 더 특별했어요.
하늘엔 별, 발끝엔 뜨거운 물, 귓가엔 강물 소리.
가끔 바람이 세게 불어 수증기가 흩날리고,
물 위에 반사된 별빛이 흔들리면
그 조용한 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잠드는 게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 DAY 2 – 도카치강 산책 & 아로마 테라피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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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도카치가와 강변 산책로 (왕복 약 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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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장소: ガーデンスパ十勝川温泉 (가든 스파 도카치가와)
아침엔 다시 온천으로 피로를 풀고, 조식을 먹고
조용히 강변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물, 물안개, 새소리…
어디서도 방해받지 않는 감성적인 시간.
그리고 강 건너의
가든 스파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온천, 아로마 족욕, 카페, 플라워 갤러리가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족욕을 하며 차를 마시거나, 향기 테라피도 체험할 수 있어요.
간단한 마사지, 소이 캔들 만들기 등 프로그램도 다양해 추천드립니다.
🍽️ 점심 – 로컬 맛집 탐방
근처에서 만난 현지인 추천 로컬 맛집에서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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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카치 치즈와 감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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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와인과 함께 먹는 흑우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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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우유로 만든 푸딩 디저트
관광객보단 현지 가족, 커플이 많았고,
가게 벽에 손글씨로 적힌 메뉴가 정겨웠어요.
🎆 DAY 3 – 오비히로 들러가기 & 돌아오는 길
돌아가는 길엔 오비히로 시내에 잠시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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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히로 축산시장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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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로이스 초콜릿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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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디저트 명가 ‘Rokkatei(六花亭)’ 본점 카페
짧은 들름이었지만 마지막까지 도카치의 풍미를 담아낼 수 있었던 시간.
기차를 타고 삿포로로 돌아가는 동안,
몸은 가벼워졌고, 마음은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 도카치가와 온천 & 오토후케 여행 팁 정리
항목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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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 JR 삿포로역 → 오비히로 (2시간 40분), 이후 버스 25분 |
숙박 | 도카치강변 온천 료칸 or 리조트 (1박 1.5만엔~) |
온천 특징 | 식물성 모루 온천 (피부 미용 효과, 갈색 수질) |
추천 계절 | 사계절 모두 추천 (겨울엔 설경+온천 조합이 최고) |
주요 즐길 거리 | 강변 산책, 족욕, 향기 테라피, 농산물 식도락 |
확장 루트 | 오비히로 시내 투어, 이케다 와이너리 당일치기 가능 |
🌟 마무리하며 – 여행도, 삶도 천천히 흐를 수 있다면
도카치가와 온천은 유명한 관광지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그 조용함 덕분에 오히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강처럼 흐르는 시간을 따라 걷고,
뜨거운 온천 속에 가라앉고,
진짜로 배가 고파졌을 때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는 여행.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
바로 이곳
오토후케 & 도카치가와 온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