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6개의 돌계단 위에서 천천히, 깊게 걷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화려한 도심 속 풍경도 좋지만, 가끔은 조용한 자연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딱 어울리는 여행지가 바로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 위치한 하구로야마(羽黒山, Mt. Haguro)**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그만큼 온전한 고요함과 아름다움이 보장된 곳. 삼나무 숲길, 고대 신사, 수백 년 전 그대로인 오층탑이 있는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일본 고대 신앙이 깃든 ‘참배의 길’이다.
📍 하구로야마란?
하구로야마는 일본에서 가장 신성한 산 중 하나로 꼽히는 데와산잔(出羽三山) 세 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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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와산잔은 하구로산(羽黒山), 가산산(月山), 유다노산(湯殿山)으로 구성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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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산은 각각 현재(하구로), 과거(가산), **미래(유다노)**를 상징한다.
그중에서도 하구로산은 유일하게 사계절 내내 참배 가능한 산으로, 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방문하는 관문과 같은 존재다.
🛤️ 하구로야마 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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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 츠루오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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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 특급 이용 시 약 3.5~4시간 소요 (신조역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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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루오카역 → 하구로산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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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약 40~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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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로센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산책 시작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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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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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 시내 또는 쇼나이 공항에서 렌트해도 좋다. 주차장 완비
🌲 참배길의 시작, 삼나무 숲에서 만나는 평화
하구로산의 가장 상징적인 코스는 2,446개의 돌계단으로 이어진 참배길이다. 이 길을 걷는 것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자신과 마주하는 '의식'과도 같은 여정이다.
📌 참배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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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약 1.7km (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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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시간: 왕복 약 1시간 30분 ~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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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계단이 많지만 완만하고, 쉼터도 있음)
양쪽으로 우뚝 솟은 삼나무는 대부분 300~500년 수령을 자랑하며, 일부는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삼나무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바람 소리, 새소리, 그리고 발걸음 소리 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이 숲길은 묘하게 내면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다.
🏯 길 중간에서 마주치는 국보, 오층탑
참배길 중간쯤 도착하면, **하구로산 오층탑(五重塔)**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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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약 29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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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이전 양식으로 지어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탑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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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입산 전 정갈한 마음을 준비하는 '의식의 장소'로 세워졌다고 한다
삼나무 숲 한가운데서 말없이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이 탑은 웅장하면서도 신비롭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일본 전통문화의 정수를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촬영 포인트다.
⛩️ 2,446번째 계단 끝에서 만나는 하구로산 신사
긴 계단길의 마지막, 하늘과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 무렵 만나게 되는 곳이 바로 **하구로산 신사(出羽神社)**다.
주요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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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산의 신을 한데 모시는 특별한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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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전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아름다운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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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앞에는 나무기둥과 전통 석등, 토리이(도리이)가 장엄하게 배치돼 있어 경건한 분위기를 더한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잠시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하거나, 신사 참배 후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돈한다.
🍵 쉬어가는 곳, 작은 휴게소와 지역 음식
길 중간이나 신사 근처에는 조용한 찻집과 휴게소가 몇 군데 있어 작은 즐거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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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 말차 / 전통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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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콘야키 – 간장 양념을 바른 구운 떡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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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땅콩 / 현미과자 – 지역 특산 간식
여름엔 등산로 곳곳에 자연 미스트와 대나무 바람 장식이 있어 여행의 피로를 잠시 식힐 수 있다.
🛏️ 숙소 & 연계 여행지 추천
🏨 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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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오카 시내 료칸: 온천 료칸과 게스트하우스 혼재, 가격대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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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나이 공항 근처 비즈니스 호텔: 비행기 이용자에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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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노 온천: 데와산잔의 다른 산과 함께 묶어 방문하면 좋음
🏞️ 연계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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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오카 시내 무가 저택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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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지정 쇼나이 지역 사케 브루어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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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인 해안 트레킹 코스
🧳 여행 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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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또는 트레킹화 착용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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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비 or 방수 자켓 준비 (비 오는 날 돌계단 미끄러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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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수 많지만, 벤치가 곳곳에 있으니 체력 안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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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 시즌 / 설경 시즌 사진 명소로도 매우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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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에서 참배 시 조용히 예의 지키기
✨ 마무리하며
하구로야마는 단순히 '어디를 본다'는 목적을 넘어, 걷고, 느끼고, 비우는 여행지다. 고요한 숲과 전통 건축, 자연과 신앙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곳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 된다.
참배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걷는 것 자체가 기도이고 명상’이란 말을 실감하게 된다. 자연의 품에 안겨 천천히 숨 쉬며, 진짜 나를 만나는 여정—그게 바로 하구로야마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