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여행을 하다 보면 늘 북적이는 곳들만 떠오른다.
시먼딩의 활기, 단수이의 노을, 타이베이 101의 거대한 존재감…
그 모든 곳이 분명 매력적이지만, 가끔은 그 반대의 곳이 끌릴 때가 있다.
조용하고, 느리며, 나만의 속도로 걸을 수 있는 곳.
내가 스린 관저(士林官邸)를 찾은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 MRT 타고 가볍게, 스린 관저 가는 길
스린 관저는 타이베이 북쪽 스린(士林) 지역에 위치해 있다.
MRT 레드라인(R) Shilin Station(士林站) 2번 출구에서 나와 도보로 약 7분 정도만 걸으면 도착한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차들이 다니던 도로에서 벗어나
푸른 나무 사이로 고요한 정원이 펼쳐지면,
그곳이 바로 스린 관저다.
💡 TIP: 입구에서 **‘공식 관저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외부 정원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 스린 관저란 어떤 곳일까?
스린 관저는 대만 역사 속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장제스(蔣介石)**와 그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이 실제로 거주하던 관저이다.
1949년 이후 중국 대륙에서 대만으로 넘어온 이후, 그는 총통으로서의 생활을
이곳에서 보냈고,
지금은 시민들과 여행자들에게 공개된
공원 + 역사유적지로 기능하고
있다.
🌸 관저 정원의 아름다움 – 유럽식 정원의 정취
관저 정원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유럽식 가든 스타일로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만의 전통 건축과 대비되는
분수대, 대칭형 산책로, 아치형 덩굴길이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특히 봄이 되면 정원은
장미, 튤립, 수국, 국화로
가득 차는데,
이 시기에 스린 관저를 방문한다면 마치 유럽 궁전의 정원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장미원(玫瑰園)**은 스린 관저의 대표 포토존!
다양한 품종의 장미가 색색이 피어 있으며, 대만 커플들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인기 있다.
🛋️ 내부 관저 – 역사와 개인의 흔적이 담긴 공간
입장료(NT$100)를 내고 내부 공간에 들어서면,
그 순간부터는 단순한 공원이 아닌
과거 권력자의 삶을 마주하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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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 부부의 응접실, 침실, 서재, 식당 등 공간이 원형 그대로 복원되어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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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장식품, 사진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쑹메이링 여사의 서재와 미술 공간.
중국과 서양 문화를 모두 이해했던 그녀의 감성과 교양이 느껴졌고,
공간 자체가 마치 타임캡슐처럼 다가왔다.
🔕 내부는 정숙 유지 필수. 사진 촬영은 대부분 제한되어 있어 눈과 마음으로 기억해야 하는 장소.
🌿 스린 관저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정원을 거닐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현지 주민들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아이와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외국인 화가는 분수대 앞에 이젤을 세우고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고,
나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묵직한 평온함을 느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는다는 점도 이곳의 큰 장점이다.
바쁜 일정 중 하루,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공간.
그게 바로 스린 관저다.
🍽️ 근처 연계 코스 추천
스린 관저만 둘러보고 떠나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 수 있다.
다행히 이 근처에는 반나절 코스를 채우기 딱 좋은 여행지들이 많다.
✅ 스린 야시장 (도보 10~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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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최대 규모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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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치킨, 굴전, 지파이, 타로볼 등 다양한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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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대에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현지 분위기 제대로 느낄 수 있음
✅ 타이베이 천문관 & 과학교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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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반 가족 여행자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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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또는 택시로 약 10분 거리
✅ 중정로 주변 감성 카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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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아늑한 현지 카페에서 관저에서의 여운을 즐기기 딱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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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로컬 디저트와 우롱차 기반의 티 메뉴들도 인기
📝 여행자 팁 요약
항목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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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台北市士林區中正路60號 |
MRT | 레드라인 Shilin(士林)역 2번 출구 도보 7분 |
운영시간 | 08:00 ~ 17:00 (연중무휴) |
입장료 | 정원 무료 / 본관 NT$100 |
추천 계절 |
봄 (3~ |
분위기 | 조용함, 정갈함, 역사와 자연의 조화 |
🌿 epilogue – 가장 느린 하루, 가장 길게 남는 기억
대만 타이베이에서 나는 참 다양한 장소를 만났지만
가장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곳 중 하나는
이 조용한 정원이었다.
스린 관저에서의 시간은
‘무엇을 봤는가’보다 ‘무엇을 느꼈는가’를 기억하게 해준다.
혼자 걷기 좋은 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풍경,
그리고 잊히지 않는 장미 향기.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나에게 가장 느리지만 가장 깊은 하루를 선물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