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지: 일본 홋카이도 네무로시 (根室市)
🗓️ 여행 시기: 2025년 9월 중순
— 가을의 문턱에서 바닷바람을 맞이하다
🚗 이동 경로: 구시로 공항
도착 → 렌터카 약 2시간 / JR 네무로 본선 종점 ‘네무로역’ 이용 가능
“지도 끝, 일본의 시작 — 네무로에서 마주한 국경 너머의 시간”
홋카이도 여행을 계획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삿포로나 오타루, 후라노 같은 익숙한
이름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조금 다르게,
지도의 끝을 향해 가보기로 했다.
도쿄에서 시작된 여정의 종착지는, 일본 열도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작은 도시,
**네무로(根室)**였다.
도시에 도착했을 때 느낀 첫 인상은 ‘이곳은 도시가 아니라 바람이다’였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잔잔한 항구, 그리고 조금은 낯선 공기.
이곳은
조용한 역사와 숨겨진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였다.
🏛️ 북방영토관 – “지워지지 않는 선, 이어지지 못한 거리”
네무로 여행의 첫 목적지는 **북방영토관(北方領土資料館)**이었다.
겉보기엔 단정한 작은 박물관이지만, 그 안에는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수십 년째
이어진 영토 분쟁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시물에는 전후 북방 4도(에토로후, 쿠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에서 강제 이주된
주민들의 기록,
옛 지도와 민가 사진, 현재의 위성사진과 영토 주장들이 정리돼 있었다.
📌 전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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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중심 전시이나 영어 해설 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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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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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무료
전시관을 나오며 바다 건너
쿠나시리 섬을 바라보았다.
그 섬은 불과 수십 km 거리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너무 멀고 아픈 곳이었다.
🌏 러시아의 흔적 – 이 도시가 품은 또 하나의 문화
네무로는 러시아와 마주한 국경 도시답게
러시아 문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상선과 외교의 관문 역할을 하던 이 도시는,
일본과 러시아 양국의 삶이 얽히고설킨 지점이었다.
🔸 발견한 러시아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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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릴문자가 병기된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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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음식점에서 파는 보르쉬와 피로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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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러시아 정교회 양식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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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기억하는 러시아 상인의 이야기들
조용한 거리에서 러시아어 안내판을 보며,
이 도시는 단순한 ‘일본의 끝’이 아니라
**‘경계의 문화가 만나는 현장’**이라는 걸 실감했다.
🦀 항구의 맛 – 신선함이 입안에 퍼지다
네무로는
홋카이도 3대 게 생산지 중 하나로,
매년 가을이면 ‘꽃게 축제’가 열릴 정도로 해산물이 유명하다.
🚶♀️ 나는 항구 근처의 작은 식당에 들어가
단출한 ‘게 덮밥 정식(かに丼定食)’을 주문했다.
🦐 대표 해산물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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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하마가니) & 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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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알(이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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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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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회
식당 사장님은 “오늘 아침에 잡은 거야, 바로 손질했어”라며
게장을 손으로 직접 찢어 담아주셨다.
젓가락을 들고 첫 입을 넣는 순간, 그 ‘바다의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도시에서
음식은 입으로 먹기보다, 바람과 함께 마시는 것 같았다.
🌅 노삿푸 곶 –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땅
네무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노삿푸 곶(納沙布岬)**이다.
이곳은 일본 열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지점으로,
러시아 영토와의 거리가 불과 3.7km밖에 되지 않는다.
📌 관광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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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5시경 일출 감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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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나시리 섬이 맑은 날 보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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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영토 수호탑, 망원경 설치
그곳에 서 있으면, 내가 서 있는 이 땅과
눈앞에 펼쳐진 바다 건너의 섬이 ‘너무 가까우면서도 먼’ 느낌을 준다.
그 경계감이 묘하게 가슴을 울린다.
🍲 러시아와 일본, 두 식탁의 만남
네무로 시내에는
러시아 요리 전문점도 몇 곳
있다.
그 중 한 곳에서 따끈한 보르쉬와 감자 크로켓, 사워크림을 곁들인 피로시키를
맛봤다.
🇷🇺 추천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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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스프 ‘보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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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와 양파가 들어간 피로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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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훈제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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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벌꿀 와플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 가미된 러시아 요리는
마치
두 문화가 부드럽게 악수하는 듯한 따뜻함이 있었다.
🏨 네무로의 밤 – 민박에서 듣는 바닷소리
대형 호텔보단,
전통 료칸이나 민박이 네무로
여행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린다.
나는 항구가 보이는
민박집 하나에 묵었는데,
밤이 되면 파도 소리만이 귓가를 채우는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 민박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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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온천 또는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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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직접 차려주는 집밥 스타일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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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전망 창문
그 밤, 나는 숙소 마당에서
별이 반짝이는 하늘과 안개 낀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 여행 정보 요약
항목 | 내용 |
---|---|
위치 | 홋카이도 최동단, 구시로에서 동쪽 130km |
교통 | 구시로공항 → 렌터카 / JR 네무로역 |
대표 명소 | 북방영토관, 노삿푸 곶, 항구시장 |
특징 | 일본-러시아 경계 도시, 해산물 풍부 |
추천 음식 | 꽃게 덮밥, 보르쉬, 피로시키 |
추천 시기 | 가을(9~10월), 새벽 일출, 해산물 제철 |
문화 | 북방영토 문제 관련 역사관 + 러시아 문화 흔적 |
💬 마무리하며 – “국경이 만든 도시, 사람과 바람이 채운 기억”
네무로는 다른 도시들과 다르다.
볼거리가 많다기보단,
생각할 것이 많은 도시다.
그것은 단지 북방영토 문제나 정치적 맥락 때문만은 아니다.
이 도시에선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고, 조용히 공존하며,
사람과 자연, 역사와 미래가 이어진다.
홋카이도 자유여행의 끝자락에서,
나는 이 도시에서 비로소 **‘여행의 목적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이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네무로는 나에게 지리적 끝에서 시작된 진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