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끌리는 폐허, 침묵 속 역사를 걷다
안녕하세요 :)
이번 포스팅에서는 규슈 나가사키 자유여행 중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곳,
조용하지만 강렬했던 섬
하시마(端島), 흔히
**군함도(軍艦島)**로 불리는 그 섬을 소개해보려 해요.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는,
기억과 기록, 역사와 사색을 담는 장소예요.
섬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동안
눈에 보이는 건 무너진 건물과 회색 잔해뿐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마음속 깊이 오래 남더라고요.
📍 군함도(端島)란?
군함도는 나가사키 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19km 떨어진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이에요.
정식 명칭은 **하시마(端島)**이고,
모양이 일본의 군함 ‘토사(土佐)’와 닮아 붙여진 이름이 바로 "군함도(軍艦島)".
이 섬은 원래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개발된 인공섬으로,
1974년 폐광되기 전까지는
최고 인구밀도, 초고층 아파트, 완벽한 자급자족 사회로 주목받았던 곳이에요.
그러나 산업의 몰락과 함께
사람도, 시간도, 모든 것이 떠나버렸고
지금은 ‘버려진 섬’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어요.
🚢 입도는 자유롭지 않다 – 오직 투어로만 가능
군함도는 개인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입도하려면 반드시
인증된 크루즈 투어사를 통해
예약해야 해요.
나가사키항 인근에는 여러 투어 회사가 있고,
보통 패키지는 다음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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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2.5~3시간 소요 (왕복+상륙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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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금: 3,000~5,000엔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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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 가이드 중심 (일부 영어 해설 제공 가능)
저는 ‘군함도 콘시어지(軍艦島コンシェルジュ)’ 투어를 이용했어요.
배에 승선하면, 출항 전부터 섬의 역사와 배경을 스크린 영상으로 설명해줘요.
파도가 잔잔한 날을 골라야 상륙 확률이 높다는 점도 참고하셔야 해요.
⛴ 바다 위 실루엣 – 첫 마주침의 전율
배를 타고 약 40분 정도 이동하면,
서서히 수평선 너머로
커다란 검은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보면,
진짜
떠다니는 군함처럼 생긴 독특한 섬의 형상이 눈에 들어와요.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기대와 긴장, 약간의 공포심까지
섞여 있어요.
"이 섬에 정말 사람들이 살았다고?"
"어떻게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삶이 오갔을까?"
섬에 다가갈수록 묘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 상륙 – 철근과 콘크리트, 그리고 침묵
상륙 지점은 군함도의 일부 구간만 허용되어 있어요.
안전상의 이유로
내부 깊숙이 들어갈 수는 없고,
지정된 통로를 따라
해설가와 함께 걸으며 관람하게 됩니다.
바람은 세차고, 섬은 고요하며, 풍경은 무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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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철근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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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건물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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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부서진 창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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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조차 자라지 않는 콘크리트 땅
이 모든 풍경이 영화 세트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실제로 존재하는 과거의 흔적’이라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아요.
🏙 군함도의 과거 – 사람이 살았던 곳
1950~1960년대, 군함도는 일본 산업화의 상징이었어요.
단 6.3헥타르 면적의 섬에
5천 명이 넘는 인구가 모여
살았고,
당시 도쿄보다도 **인구밀도가 높은 ‘초과밀 사회’**였다고 해요.
군함도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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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 (1916년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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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병원, 극장, 목욕탕, 수영장,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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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도, 위생시설 등 완전 자급자족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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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갱도를 따라 지하 1,000m까지 내려갔던 석탄 채굴 현장
하지만 1974년, 석탄 산업이 석유로 대체되면서
광산 폐쇄 → 인구 이탈 → 완전한 무인도로 바뀌었어요.
📚 이곳에서 마주한 역사 – 징용이라는 이름의 상처
군함도는 아름답고도 아픈 역사를 품은 장소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들이
강제 징용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한 현장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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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수백 미터의 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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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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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감시, 탈출 불가능한 구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일본 현지 투어에서 자세히 언급되지 않지만,
한국인으로서 이 섬에 발을 디디는 순간
단순한 폐허 이상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저 "와, 멋진 폐허다"가 아니라,
"이곳에 사람이 있었고, 고통이 있었다"는 것을
깊게 느끼고 돌아오는 곳이에요.
📸 사진보다 기억
군함도에서 찍는 사진은 몇 장뿐이었어요.
경외감 때문인지, 너무 사진에 집중하고 싶진 않았어요.
다만 이 장면들은 오래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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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처음 본 군함도의 전체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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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로 부서진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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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창 너머로 보이던 회색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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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틈 사이, 끝내 뿌리 내린 잡초 한 줄기
사진은 없어도, 눈으로 오래 담게 되는 그런 여행지였습니다.
📌 군함도 투어 정보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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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나가사키 앞바다 (나가사키항에서 약 40~5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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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 수단: 투어 크루즈 (개별 접근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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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요 시간: 약 2.5~3시간 (왕복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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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금: 3,000~5,000엔 (투어사별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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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일본어 중심, 일부 영어 옵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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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사항: 안전구역 외 접근 불가, 드론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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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팁: 파도 높은 날엔 상륙 취소될 수 있으니 여유롭게 일정 짜기
🧳 마무리하며 – 폐허의 침묵 속에서 듣는 이야기
군함도는 단순히 "볼거리"로 소비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에요.
그보다는 **‘기억해야 할 장소’**에 가까워요.
세상에서 가장 좁고, 시끄럽고, 뜨거웠던 섬이
지금은 가장 조용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여행의 감정선을 만들어줘요.
‘떠나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 침묵이 있다’는 것.
그걸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