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동쑤언 시장에서 살아 있는 베트남을 만나다

“그곳은 구경하는 곳이 아니었다. 냄새 맡고, 듣고, 흥정하고, 부딪히며

진짜 베트남을 ‘경험하는’ 곳이었다.”

📍 동쑤언 시장 (Chợ Đồng Xuân / Dong Xuan Market)

동쑤언 시장은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1890년에 처음 설립된 이곳은 프랑스 식민시대부터 현재까지 하노이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온 생활의 현장이다.

나는 호안끼엠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걷다가, 어느새 낡은 붉은 벽돌 건물 앞에 도착했다.
정면엔 'CHỢ ĐỒNG XUÂN'이라는 하얀 글씨 간판이 붙어 있었고, 수많은 오토바이가 입구 앞을 지나며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어수선하고 정신없지만, 이상하게도 발길이 끌렸다.
그렇게 나는 하노이의 가장 진짜 같은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시장 안은 생기 넘치는 혼란 그 자체였다.
어디선가 생선 비린내와 향신료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고, 상인들의 베트남어 외침은 음악처럼 울렸다.
좁은 복도 양 옆에는 옷가지, 천, 신발, 인형, 가방, 전자제품, 장난감, 전통 용품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고, 오토바이까지 복도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모습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금세 나도 그 흐름에 섞여 하노이의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동쑤언 시장은 총 3층 규모로, 각 층마다 분위기와 물건이 다르다.

주로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가 가득하다.
특히 도매 상점이 많아서 현지 상인들이 물건을 박스로 담아 나르기도 한다.

→ 여기서 기념품 티셔츠나 '하노이' 로고가 들어간 모자, 가방 등을 저렴하게 득템 가능!

색색의 실크, 자수, 천이 천장에서부터 흘러내리듯 진열돼 있고,
결혼식용 전통 의상이나 혼수용 수건, 쿠션 커버 등을 주문 제작하기도 한다.

→ 실크 스카프나 테이블보는 가볍고 예뻐서 선물용으로 추천

시장 건물 바깥쪽과 구석 골목들엔 건어물, 향신료, 식자재, 꽃, 생활용품들이 널려 있다.
빨간 고추와 마늘 더미, 생선 젓갈, 라임, 코코넛…
이곳은 여행자보다 현지 주부들과 식당 주인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 현지의 리얼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이 구역이 최고

동쑤언 시장의 가격표는 **"출발선일 뿐"**이다.
외국인에게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게 일반적이니, 부담 갖지 말고 웃으며 흥정을 시작하자.

🧡 흥정 팁:

걷다 보면 시장 한켠에 플라스틱 의자 몇 개, 국수 냄비 하나로 영업 중인 노포 식당들이 보인다.
그 앞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건, 냄새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가게에 앉아 분짜를 주문했다.
숯불 향이 가득 밴 돼지고기, 시원한 국물, 상큼한 채소, 그리고 말 없이 옆에 앉은 아저씨의 표정…
식사는 그 자체로 이 시장의 한 장면이었다.

디저트로는 옆 노점에서 **‘체(Chè)’**라는 베트남식 달콤한 디저트를 사 먹었다.
코코넛 우유에 젤리, 팥, 바나나가 들어간 작은 컵 하나가 여행의 당을 책임져 줬다.

동쑤언 시장은 관광 포인트보다는 기록할 가치가 있는 풍경이 가득한 곳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는 시장 안 골목길,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 외부 시장 골목,
이런 시간대에 방문하면 한층 더 인상 깊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동쑤언 시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나를 베트남 안으로 끌어들인 ‘경험’ 그 자체였다.
시장에서 나는 ‘관광객’이 아닌 ‘하노이의 사람’이었다.”